따뜻한 위로의 말이 아니었지만 원망 어린 비판의 말에 애정은 오히려 흐르고 넘쳤다. KBS 2TV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극본 정유경, 연출 윤성식)이 지난 24일 방송에서 주인공 순신(아이유)과 미령(이미숙)의 극적 화해를 담아내며 대단원의 막을 내릴 차비를 마쳤다.
이날 방송에서는 딸의 절연 선언 이후 생의 의미를 잃고 한없이 꺼져 들어가던 미령이 순신으로 인해 회복할 기미를 마련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아버지로 믿고 자란 창훈(정동환)의 죽음에 미령이 연관됐고 이를 숨기려 한 사실에 분노한 순신은 미령을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에 휩싸였지만, 그보다 앞선 건 그래도 벼랑 끝에 놓인 엄마의 손을 높고 싶지 않다는 연민과 애정의 감정이었다.
바닷가 마을을 찾아간 순신은 “예전처럼 없는 사람처럼 지내자”는 미령의 말에 “그럴 거면 내 앞에 왜 나타나 엄마인 척을 했냐”며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가득 찬 미령의 가슴에 독설을 퍼부었다. 죽음을 암시하듯 흔적도 없이 잠적해버린 선택에 “비겁하게 도망쳤다”는 원망의 말이 이어졌지만, 그보다 순신이 더욱 하고 싶은 건 “나하고 다시 만나서 너무너무 좋았다고 하지 않았냐. 당신 내 엄마이지 않냐”는 고백이었다.

그간 순신과 미령 사이는 외줄을 타는 듯 아슬아슬하게 전개돼 왔다. 자신이 버린 딸의 소식을 알게 된 미령이 소유물을 끌어안듯 폭력적으로 순신을 자기 곁에 뒀고, 그러면서 딸의 마음을 얻는 데도 실패했다. 그나마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은 순신이 미령의 곁에서 피붙이 하나 없이 허울 좋은 인기를 끌어안은 채 사는 텅 빈 모습을 보며 연민의 시선을 갖으면서부터였다. 특히 순신은 엄마의 뒤를 이어 배우의 길을 걸으며 화려해보이지만 극도로 외로운 미령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순신과 미령 사이는 모녀 관계라기 보다는 연기자 선후배 분위기가 짙었고, 특히 순신은 엄마라는 호칭을 정애(고두심)에게만 사용하는 등 미령과 그 이상으로는 가까워질 수 없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날 순신은 최초로 미령에게 “엄마”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모녀사이이기에 가능할 수 있는 모진 말을 쏟아내며 감정적으로 훨씬 가까워질 수 있었다. 냉랭하기만 하던 모녀 미령과 순신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벽이 비로소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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