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충원의 유구다언] '구단 운영 포기' 성남, 본질파악 중요하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3.08.25 06: 59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 성남이 울산을 3-1로 꺾은 날 박규남 성남 단장은 웃을 수 없었다. 축구단 존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죄송하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이 구단이 어떤 형태로든 지속적으로 계승을 해야 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방법이 시민구단으로 연결시킬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며 시민구단 전환이 불가피함을 호소했다.
지난 23일은 일화의 문선명 총재가 서거한 지 일주년이 된 날이다. 박 단장은 "총재님이 축구를 시작한지 20년이다. 축구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분이 세상을 떠나면서 사정이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문선명 총재는 축구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일화를 창단해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해 프로축구서 7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또 피스컵과 피스퀸컵을 치뤄내면서 어마어마한 금액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문 총재의 사비를 털어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지만 결론적으로 성과는 없었다.
프로축구 최다 우승팀으로 시민구단으로 전환을 예고했지만 현 상황은 밝지 않다. 기존 연고지인 성남은 모라토리움을 선언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고 새롭게 구단을 인수하겠다는 안산시도 스폰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성남이라는 이름으로 영광을 함께 한 팬들은 연고지 이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또 연고지 이전이라는 명분에 대해 축구팬들도 불만을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바로 축구계로 이어질 수 있는 도미노 현상이다.
프로 스포츠가 위기인 상황에서 야구와 함께 양대 프로 스포츠인 축구계서 기업이 운영을 포기하는 구단이 나온 상황이다. 단순히 연고 이전에 대해서 논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문제점이 무엇이고 일화가 왜 축구단 운영을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 대해 몇가지로 판단할 수 있다. 연고지의 협조성이 떨어지는 경우다. 박규남 단장은 연고지인 성남시에 대해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남은 그동안 축구단에 대해 적극성을 띠지 않았다. 또 이는 비단 성남만의 상황이 아니다. 축구단에 대해 애정을 보여주며 성심 성의껏 도와주는 지자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잔디가 가장 중요한 여름 시기에 갑작스레 콘서트를 개최한다거나 연습구장을 찾기 어렵다. 가뜩이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프로팀으로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민구단이 겪고 있는 재정적인 어려움과 정치색으로 인한 변화는 차치하더라도 지자체에게 큰 도움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평균 관중 1만명 이상을 동원하는 구단에서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지표가 어려워짐에 따라 각 구단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가운데 기업구단인 성남이 축구단을 포기한 것은 다른 구단들에도 많은 영향일 끼칠 수밖에 없다.
축구계에는 아직 효율성에 대해 판단하는 곳은 많지 않은 편이지만 다른 스포츠의 사례를 본다면 해체에 대한 심각성이 많다. 일례로 모 스포츠의 경우 구단을 매각할 계획을 만들었다. 그러나 금액은 기대 이하였다. 설상가상 구단을 사실상 무상으로 가져가더라도 상관없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울며 겨자먹기로 프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팬들이 큰 목소리를 내더라도 결정된 상황을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일화가 축구단 운영을 포기했다면 현재의 성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업구단이 됐든 혹은 시민구단으로서 메인 스포서를 찾아 다시 운영하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팀이 살아 남아야 한다. 패륜과 같은 연고지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중지를 모아 축구단이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잘못하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bird@osen.co.kr
2010년 성남의 ACL 우승 당시 주장 사샤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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