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다 7회 우승팀 성남 일화가 전통을 잃고 내쫓길 위기다.
성남은 23일 안산 연고지 이전설이 터졌다. 모기업 일화가 사실상 재정지원을 포기하면서 성남은 다음 시즌 시민구단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연고지 성남시는 구단 인수에 난색을 표했다. 이 와중에 안산시가 적극적으로 프로축구팀 유치를 원하고 나섰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축구단의 안산이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4일 울산전이 끝난 후 성남 박규남(76) 단장은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단 연고 이전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을 진화하고자 나선 것. 박 단장은 “우리는 성남 일화라는 이름에서 일화만 빼고 성남의 흔적이 남아있길 원한다. 이름만이라도 좀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안 되니까 불행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성남에 탄탄한 기반이 잡혀 있다. 팬들도 애정이 있다. 그래서 성남시에서 시민구단으로 좀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그게 안됐다. 왜 안 되는지는 우리도 모른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구단은 성남에 남고 싶지만, 시의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지난 1999년 성남에 정착한 일화는 그 동안 많은 것을 양보했다. 시에서 제대로 된 연습구장 하나 제공하지 않았지만 성남이란 이름으로 수차례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막상 지원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성남시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박 단장은 “성남잔류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간 어려웠지만 성남시에는 아무런 섭섭한 것이 없다”며 일말의 가능성을 놓지 않았다.
결국 성남시가 구단인수를 하지 않는다면 축구단은 다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성남 일화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아무리 선수단이 그대로 옮겨 구단의 전통성을 잇는다 해도 의미가 크게 퇴색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팀을 해체할 순 없는 노릇이다. 구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박 단장은 “해체는 안된다. 정 안되면 재창단이라도 해야 한다. 축구단을 주면 그분들이 알아서 하시는 것이다. (인수자가 팀을) 다시 창단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아무 조건 없이 동의해야 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안산시가 그나마 구단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최선은 구단이 성남에 잔류하는 것이다. 그것이 구단의 전통을 지키고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결코 쉽지 않다.
박규남 단장은 “요즘 연고이전 이야기가 나오니까 우리보고 ‘명문’이란 소리를 하더라. 하지만 24년 했는데 운동장도 없는 팀이 명문인가? 성남이란 이름이 살았으면 좋겠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jasonseo34@osen.co.kr
성남 일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