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포수 전환 어때요?'라는 질문에 '빵'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25 10: 40

프로야구 초창기 팬은 포수란 홈런을 잘 치는 줄 알았다. 바로 이만수(현 SK 감독)의 존재 때문이다. 1984년 타격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공수겸장' 이만수의 계보는 또 다른 포수 박경완(SK), 그리고 지금은 강민호(롯데)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공격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포수가 다시 귀해지고 있다. 포수 규정타석 마지막 3할 타자는 2011년 양의지(두산, .301)이며 홈런 20개를 넘긴 선수는 2010년 조인성(당시 LG, 28개)과 강민호(23개)이 끝이었다. 그나마 강민호가 2011년과 2012년 홈런 19개씩 기록했을 뿐이다.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게 되는 강민호가 주목받는 이유도 20대라는 젊은 나이와 준수한 수비, 그리고 중심타선을 책임질 수 있는 공격력 때문이다.
대신 포수출신 야수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형우(삼성)와 강정호(넥센), 이성열(넥센) 등은 포수로 입단한 뒤 프로에서 포지션을 변경한 경우다. 이들은 팀의 '보험 포수'로서 위급상황에 실제로 포수로 투입되기도 한다.

23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 두산의 경기에서는 최형우가 11년 만에 포수 마스크를 썼다. 당시 3번 지명타자로 경기에 출전했던 최형우는 8회 바뀐 포수 진갑용이 부상을 입자 곧바로 포수 장비를 착용한 뒤 투입됐다. 최형우가 1군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포수 마스크를 쓴 건 2002년 10월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11년 만이다.
오랜만에 포수마스크를 쓴 최형우지만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140km가 넘는 공을 거뜬하게 척척 받아냈고 투수와 능숙하게 사인도 주고받았다. 여기에 김희걸의 몸쪽 슬라이더를 블로킹 하는 기대 이상의 모습까지 보였다. 류중일 감독은 "웬만하면 전문포수만 내보낸다. 아무나 흉내를 못 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우는 잘 하더라"면서 엄지를 치켜 세웠다.
최형우를 만나 '포수 잘 보더라'고 말을 건네자 크게 웃으며 "포수로 프로 지명을 받았는데 그 정도는 당연하다"고 했다. 최형우는 당연하다고 말했지만 앞서 야수들이 갑작스럽게 포수 마스크를 썼던 경기를 돌이켜보면 만만치 않은 실력이었다.
이야기 도중 포수 재전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최형우는 2002년 포수로 입단, 큰 기대를 받았지만 송구에 약점을 드러냈고 타격에 비해 수비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2005년 삼성에서 방출됐던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포수 마스크를 쓴 소감으로 "오랜만에 포수를 봐서 정말 재미있었다. 다음에는 크게 앞서고 있을 때 또 포수로 나가고 싶다"고 까지 말한 최형우는 아직 미련이 없을까.
최형우에게 '지금 이 타격성적에 포수라면 몸값이 몇 배로 뛴다'고 말하자 그는 "그렇겠네요"라면서 활짝 웃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 포수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최형우는 "지금 다시 포수를 하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전 훈련시간만 보더라도 포수들은 더 많은 것들을 준비한다. 내야수와 외야수가 펑고를 받는다면 포수는 송구와 블로킹, 여기에 볼배합 공부까지 한다. 여기에 타격 연습은 기본, 포수들이 잘 치기 힘든 이유가 있다. 경기 전 준비할 것들이 많고, 게다가 체력소모도 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타율 3할에 30홈런을 치는 포수를 상상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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