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현의 다짐, "이제 1이닝 강판 당하지 않겠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8.25 10: 40

한화 김응룡 감독이 지난해 사령탑 부임 후 가장 먼저 데려온 선수가 바로 롯데에 지명돼 데뷔도 안 한 예비 신인 좌완 송창현(24)이었다. 야인 시절 제주도에 머물 때 제주국제대 투수 송창현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테랑 타자 장성호를 내주면서 1대1 트레이드로 송창현을 받아왔다. 
누구보다 송창현을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이겠지만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 듯하다. 김 감독은 "송창현이 첫 선발등판할 날에 긴장을 했는지 감독실 문을 잘못 열고 들어오더라. 선발만 하면 많이 긴장하는 것 같다. 잠이나 제대로 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창현이 선발등판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에도 그랬다. 
김 감독은 덕아웃 근처를 서성이던 송창현에게 "너 또 선발이라고 긴장하는 것 아냐? 잠은 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송창현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잡니다". 김 감독은 "자기는 뭐를 자. 또 긴장해서 감독실에 들어 올거냐"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송창현은 "긴장한 게 아닙니다. 전력분석을 하려고 갔는데 잘못 들어간 겁니다"며 절대 긴장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김 감독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은 송창현은 확실히 강심장이었다. 그는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2주만의 선발등판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5⅓이닝 4피안타(2피홈런) 3볼넷 4탈삼진 2실점. 2개의 솔로 홈런으로 실점했을 뿐 연속 안타는 없었다. 최고 144km 직구와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두산 강타선을 제압해나갔다. 
경기 후 송창현은 "초구부터 맞혀잡을 생각이었다. 길게 안 보고 한타자씩 짧게 승부하려 했다"며 "이제 더 이상 1회에 강판 당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목동 넥센전에서 1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바 있다. 올해 선발 7경기 중 5경기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했으며 3회를 못 채운 것도 4경기나 된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교체됐기에 이제는 흔들리는 모습을 안 보이려 한다. 
송창현은 "선발로 몇 번 나가보니까 조금씩 적응이 돼 가는 것 같다"며 "다음 경기에는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퀄리티 스타트를 목표로 해보겠다. 사실 오늘 내려갈 때도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6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투구수 89개에 내려온 그는 더 던질 수 있는 힘이 남았다고 했다. 
언제나 단답형으로 간단명료하게 답하는 송창현에게는 강직함이 있다. 이 강직함이 마운드에서는 단순함으로 나타난다. 이제 더 이상 1이닝에 강판 당하지 않겠다는 송창현의 다짐이 그의 두려움없는 강심장 피칭을 보여준다. 어쩌면 김응룡 감독도 송창현의 근성을 자극하기 위해 모르는 척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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