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1회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류현진(26,LA 다저스)이 13승 도전에 다시 한 번 실패했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안방인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5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7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89개로 지난 5월 6일 샌프란시스코전(85개) 이후 최소, 또한 5이닝 소화는 올 시즌 최소이닝 타이 기록이다. 이날 경기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3.08까지 올라갔다.
2회부터 5회까지는 홈에서 강했던 류현진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1회가 문제였다. 류현진은 1회 1사 후 세인 빅토리노에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올 시즌 150이닝 넘게 던지면서 몸에 맞는 볼을 내주지 않았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타자를 맞힌 뒤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몸쪽으로 공을 붙이지 못하면서 더스틴 페드로이아-마이크 나폴리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안타를 연달아 내줘 1실점을 했고 자니 곰스에게 던진 90마일(약 145km) 포심 패스트볼이 몰리면서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날 통산 13번째 홈런을 허용한 류현진은 1회에만 6개의 홈런을 허용, 경기 초반 흔들리는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후 4이닝은 안타 2개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보스턴 타선을 틀어막으면서 5이닝을 소화, 선발투수로서 최소한의 임무는 소화했다.
류현진이 1회 부진으로 잃어버린 기록은 세 가지다. 우선 홈에서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홈 11경기에서 6승 1패 평균자책점 1.78을 기록, 최소한 홈에서는 커쇼 부럽지 않았던 류현진이다. 최소한 안방에서는 무너지는 경기가 없었던 류현진은 홈 팬들 앞에서 괴물이 아닌 인간적인 모습을 처음 보여줬다.
두 번째는 몸에 맞는 공,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156이닝 637명의 타자를 상대로 단 하나도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고 있지 않던 류현진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뛸 때에도 몸에 맞는 공을 적게 허용했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뛰어난 제구력과 바깥쪽 위주 승부 덕에 시즌 0개의 HBP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빅토리노를 맞히면서 흔들렸다. 돌발적인 상황에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들고 나왔지만 그마저도 움직임을 잃었고, 결국 주자를 채워주고 스리런 홈런을 맞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류현진은 투런 이상은 맞지 않고 있었지만 곰스에게 스리런포를 맞으면서 이 기록도 깨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의 피홈런은 12개였는데 솔로홈런이 10개, 투런홈런이 2개였다. 홈런을 맞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대량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간 류현진의 비결 가운데 하나, 본인도 "솔로홈런이나 투런홈런을 맞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세 가지 기록이 깨진 류현진이지만 이후 4이닝은 흔들림 없이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 감기와 긴 이동시간 등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류현진은 시즌 13승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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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