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 잘 던지고 한 경기는 못 던졌다. 들었다 놓았다 들었다 놓았다 요물급 투구로 팀은 울고 웃었다. 두산 베어스의 새 외국인 투수 데릭 핸킨스(30)는 요물이 아닌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될 것인가.
지난 7월 부상과 슬럼프로 한국을 떠난 개릿 올슨을 대신해 두산 유니폼을 입은 핸킨스는 올 시즌 5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6.58을 기록 중. 올슨보다는 그래도 많이 던지는 편인데 확실하게 경기를 지배하는 호투 릴레이를 펼치지는 못하고 있다. 전임자 올슨의 공로가 워낙 없었기 때문이지 핸킨스의 성적도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
딱 한 번 핸킨스가 ‘잘 뽑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투구를 펼친 적이 있었다. 바로 15일 광주 KIA전. 이날 핸킨스는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한국 무대 첫 승을 거뒀다. 기록만 보면 확실히 올슨보다는 나은 경기였으나 경기 내용을 보면 사실 호투라기보다 KIA 타선이 도와준 감이 컸다.

위기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KIA가 두 번의 만루 찬스를 해결하지 못하며 핸킨스의 웃음을 자아냈으며 경기 초반에는 2루에 있던 주자 이종환이 미숙한 주루 플레이로 3루에서 주루사를 당하기도 했다. 핸킨스가 타이밍 싸움을 잘한 것도 있었으나 KIA 타선이 워낙 안 좋았을 때 만난 것도 있었다. 20일 NC전서는 타자일순 무실점 후 4회 집중타를 맞고 5이닝 6실점 패배를 당했다.
5경기를 치른 가운데 핸킨스를 상대했던 타 구단의 평은 그리 좋지 못하다. 한 메이저리그 관계자는 “두산 스카우트가 직접 봤던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핸킨스가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에 오기 직전 좋은 투구는 아니었다. 지난해 헨리 소사(KIA) 케이스를 기대한 것 같은데 아직은 윈터리그 때보다 안 좋았을 때 모습과 가깝다”라고 밝혔다.
김경문 NC 감독은 핸킨스에 대해 “KIA전에서는 타이밍 싸움으로 재미를 봤겠지만 기본적인 포심 구위나 싱커의 무브먼트 등에 확실한 위력은 없는 것 같다”라며 위력적이지 못하가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날 경기서 NC 타선은 핸킨스를 5이닝 10피안타 6실점으로 두들겼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핸킨스에 대해 “스트라이크가 될 법도 한 좋은 공이 빠져버리며 핸킨스가 흔들린 것도 있었다. 투구판에 서는 위치를 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며 아직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무브먼트가 있는 공을 던지는 만큼 수비를 믿고 던진다면 핸킨스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두산을 들었다 놓고 있는 핸킨스는 요물이 될 것인가. 아니면 슬럼프에 빠진 팀을 살리는 구세주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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