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 LA 다저스)의 내구력은 이미 한국프로야구 시절부터 검증된 부분이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꾸준히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89구 강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사정은 있었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5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1사구 7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5패째(12승)를 기록했다. 지난 20일 마이애미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패전이다. 평균자책점은 2.95에서 3.08로 조금 올라갔다. 1회 곰스에게 허용한 3점 홈런이 뼈아팠다.
1회에만 4점을 내준 것은 MLB 진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류현진으로서는 당황스러울 법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역시 노련했다.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 이후로는 단 2개의 안타만을 허용했고 7개의 삼진을 잡으며 5회까지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 사이 다저스 타선이 따라오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초반 난조를 극복하고 자신이 해야 할 최소한의 몫은 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의문이 남는 것은 투구수였다. 1회에만 31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5회까지 89개의 공을 던졌다. 2회부터 5회까지는 비교적 투구수 관리가 잘 됐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조건은 날아갔지만 평소 최대한 많은 이닝 소화를 원하는 류현진의 성향상 6회 등판은 충분히 예상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5회 자신의 타석 때 대타 닉 푼토로 교체됐다.
류현진이 100개 미만의 공을 던진 것은 올 시즌 24번의 선발 등판 중 3번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3번도 적응이 필요했던 5월 초까지의 시즌 초반에 있었던 일이다. 4월 3일 샌프란시스코와의 첫 경기에서 80개, 4월 21일 볼티모어와의 경기에서 95개, 그리고 5월 6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85개를 던졌다. 그 후 17경기에서는 모두 100개 이상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그런 측면에서 다소 빠른 교체 타이밍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 때문은 아닌, 타자들의 부진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저스 타선이 너무 침체되어 있었기에 투수 타석에서 타자를 넣어 기회를 잡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교체 상황을 설명했다. 만약 대타인 푼토가 살아나간다면 다음은 푸이그로 연결될 수 있었다.
류현진도 이 상황에 대해 “1점차나 2점차는 계속 던지는 건데 점수차가 나다보니 타자들이 쳐야 한다고 해서 바꾸게 된 것 같다”라고 말하며 상황을 이해한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매팅리 감독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전날(24일) 이기긴 했지만 3안타로 좋은 흐름이 아니었던 다저스 타선은 이날 보스턴을 넘어서는 데 실패하며 결국 2-4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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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