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이순신', 캐릭터 먼저 살리고 봅시다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3.08.25 10: 35

캐릭터가 무너지니 극 전체도 흔들린다. 캐릭터의 성격이 돌변하거나 역할의 중요도가 사라지며 극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MBC 일일 드라마 '오로라공주'의 오로라(전소민 분)는 천왕식품 고명딸로 어릴 때부터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란 인물. 깔끔하고 똑 부러진 성격의 소유자로 집안의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영리해 집안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설정이다.
이에 오로라는 극 초반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에게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잔소리하는 독특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로라의 당돌한 훈계에 모든 등장인물들은 앞에선 말문이 막히고 뒤돌아서 욕을 하는 모습으로 신선한 재미를 안긴 것. 하지만 오로라의 아버지 오대산(변희봉 분)이 죽은 이후 극의 등장인물의 대거 하차와 맞물려 오로라가 생계 전선에 투입, 캐릭터도 변모하기 시작했다.

당돌했던 아가씨 오로라는 본격적으로 집안의 가장으로 나서며 촬영장의 감독과 몇 번의 마찰을 빚더니 고분고분한 성격으로 돌변했다. 또 오로라는 설설희(서하준 분)와의 러브라인에 '운명'이라고 외치던 황마마(오창석 분)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더니 마마 세 누나의 공격에 백기를 든 상황이다.
이는 종영을 앞둔 KBS 2TV '최고다 이순신'의 신준호(조정석 분)의 캐릭터도 마찬가지. 극 중 기획사 대표인 준호는 주목받는 신진 기획자로 순신(아이유 분)을 배우로 데뷔시키며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가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 순신의 행복 찾기와 그의 사랑 이야기에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며 준호의 캐릭터는 힘을 잃고 주변인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순신이 입양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순신의 곁에서 그를 지켜야 했을 준호는 러브라인이 제대로 형성될 틈도 없이 이어진 엄마와 딸의 이야기 속에 파고들지 못했고 결국 순신에 한 마디 따뜻한 말을 제대로 건네지 못해 답답함을 안겼다.
특히 극의 후반부가 다 돼서야 몇 번의 데이트로 순신과 준호의 러브라인이 설명되더니 주변의 협박에 다시 순신의 손을 놓는 안일한 설정으로 준호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오로라 공주'와 '최고다 이순신'은 캐릭터의 설정이 초반과 달라지며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평이다. 반환점을 돈 '오로라 공주'에 아직 만회의 기회가 있다면, '최고다 이순신'은 종영을 단 한 회 앞두고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다시 살아날 가망조차 보이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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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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