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은 나 뿐이라', 유희관의 계투 투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8.25 21: 00

좌완 계투 없이 시즌의 상당 기간을 보낸 팀. 상대 타선을 교란하기 힘든 만큼 계투 운용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 와중 1군 엔트리에 유일했던 좌완 선발은 팀을 위해 기꺼이 사흘 쉬고 계투로 투입되었다. 올 시즌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인 좌완 유희관(27, 두산 베어스)의 계투 등판은 석패 속 분전이라 더욱 아쉽고 애잔했다.
유희관은 25일 잠실 한화전서 2-3으로 뒤지고 있던 7회초 1사 1,2루서 선발 데릭 핸킨스를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1일 잠실 NC전(7⅓이닝 96구 9피안타 6실점 패배) 이후 4일 만의 등판. 선발로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시기였으나 이후 사흘 간 팀이 휴식기를 갖는 만큼 좀 더 일찍 계투로 나선 유희관이다.
사실 두산은 후반기부터 사실상 좌완 계투 없이 투수진을 운용 중이다. 이혜천, 김창훈, 정대현 등 1군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했던 투수들은 모두 안정감을 선보이지 못하고 팀의 기대에 어긋나고 말았다. 신인 함덕주가 1군 무대에 올랐으나 신인치고 씩씩하게 던졌을 뿐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된 활약은 아니었다. 결국 두산은 어느 순간 좌완 계투 없이 시즌을 치르는 유일한 팀이 되었다.

그리고 1군 엔트리에서 유일한 좌완은 바로 선발인 유희관. 그런데 주중 두산은 1승4패로 침체일로를 걸었다. NC와의 안방 2연전을 모두 싹쓸이 당한 데 이어 선두 삼성에 1승을 거뒀을 뿐 24일 한화전서도 2-6으로 역전패하며 완전히 수세에 몰려 있었다. 그만큼 두산은 25일 한화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로 생각하고 준비했다.
선발 데릭 핸킨스가 1회 3실점으로 흔들리기는 했으나 이후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자기 몫을 했다. 핸킨스가 2-3으로 뒤진 7회 흔들리자 다급했던 두산은 유희관을 계투로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다. 현재 선발진에서 믿을 수 있는 투수. 그것도 유일한 1군 좌완을 계투로 돌렸다는 것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직접적인 표현이다.
계투 유희관은 굉장히 잘 던졌다. 경기 기록은 2⅔이닝 1피안타(탈삼진 2개) 무실점. 7회 1사 1,2루 위기에서 고동진을 2루수 앞 병살타로 일축했다. 그가 내준 유일한 안타도 8회초 한상훈에게 내준 빗맞은 좌익수 방면 안타. 교묘하게 상대 타자들의 배트 중심을 피해가는 기교가 돋보였다. 단순 원포인트 릴리프도 아니고 계투 추격조로 굉장히 잘 던진 유희관이다.
그러나 두산은 졌다. 8회말 무사 1루서 임재철의 번트 때 1루 대주자 정수빈의 스타트가 너무 늦어 포스아웃되며 1사 2루가 될 수 있던 순간이 그냥 1사 1루가 되었고 결국 민병헌의 3루 병살타가 이어졌다. 9회말 1사 1루서는 최준석의 얕은 1루수 뜬공 때 런 앤 히트에 들어갔던 1루 대주자 오재원이 너무 많이 갔다. 결국 여유있는 귀루 실패와 함께 경기가 끝났다. 점수는 유희관이 처음 투입되었던 7회초와 변동 없는 2-3. 유희관은 팀을 위해 굉장히 잘 던졌으나 말 그대로 운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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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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