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아파서 블루투스 하나 장만했습니다."
투수들의 팔을 아끼기 위한 노력은 필사적이다.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 투수는 공을 던지는 반대편 손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골프나 당구 등 팔을 쓰는 취미생활은 팔을 바꿔서도 한다. 오른손잡이 투수가 왼손으로 당구 큐대를 잡는 건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송승준(33)의 블루투스 핸즈프리 구매 동기도 그렇다. 25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롯데 라커룸 앞에서 마주친 송승준은 오른쪽 귀에 블루투스 핸즈프리를 끼고 있었다. 전화를 자주 받는 직장인들이 즐겨쓰는 블루투스 핸즈프리를 송승준이 왜 구매했을까.

송승준은 "전화통화를 오른손으로 받는데 팔을 구부려서 전화를 받다보니 팔꿈치 쪽이 뻐근하더라. 그래서 팔이 자유로운 채로 전화를 받기 위해 핸즈프리를 구매했다"고 쑥쓰럽게 웃었다. 일상생활에서도 철저하게 몸관리를 하는 송승준은 천상 투수다.

지난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송승준은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7승을 따냈다. 동시에 그는 평균자책점을 3.95로 낮추면서 3점대 평균자책점 진입에 성공했다. 남은 목표는 10승 달성, 송승준은 "작년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10승을 못 한걸 보니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앞으로 6~7번 더 등판할 것 같은데 승리는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일단 내 공을 던지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승 달성 후 송승준은 방송 인터뷰에서 롯데의 4강 진출을 확신하는 발언으로 팬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롯데에는 정말 4강 본능이 존재하는 것일까. 송승준은 "전문가들이 우리 팀을 4강 밖으로 분류한 것은 전력이 약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4강을 간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롯데 선수들의 4강 진출에 대한 집념과 확신이 다른 팀들보다 강하기 때문이라는 게 송승준의 설명이다. 그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선수들 중에 일찌감치 포기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모든 선수들이 롯데의 4강 진출을 확신하고 있다. 최근 몇 년동안 우리 선수들은 '무조건 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송승준 역시 팀 분위기를 만드는 고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자신이 팀 분위기를 이끄는 선수라는 말에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2008년 처음 4강 갈 때 중고참이었던 내가 이제는 투수 중에 고참이 됐다. 누구 한 명이 나서서 만들어진 분위기가 아니라 선수들 사이에 절로 생겨난 확신"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송승준은 "그냥 제일 간단한 건 내가 10승을 하면 우리 팀이 4강을 간다"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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