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즐기다‘, 다시 서는 송광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8.26 06: 01

“25번이 지난해 광민이형 번호였는데 주전 선수로 잘 했잖아요. 제가 이번에는 그 기를 받고 싶어서 지난해 광민이형 번호를 선택했습니다”.
현재 한화 이글스의 주포 최진행. 그러나 3년 전 시무식 때는 선배의 활약을 부러워하며 새로운 등번호를 물려받아 그의 기를 받고 싶어했다. 그만큼 한때 그 선배는 잘 나갔다. 대형 내야수이자 주전 3루수로 자리를 굳히던 순간 갑작스러운 입대 영장이 날아왔고 시즌 중 군으로 징집되었다가 심각한 발목 부상으로 인해 퇴소 후 공익근무 입대했다. 얄궂은 운명. 그런데 3년이 지난 후 그는 그 운명에 맞서며 다시 자신의 야구를 하고 있다. 돌아온 예비역 송광민(30)은 불운했던 자신의 운명을 정면돌파 중이다.
송광민은 지난 25일 잠실 두산전서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1회 우중간 쐐기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3-2 신승을 이끌었다. 시즌 중 소집해제 후 팀에 복귀한 송광민의 1군 성적은 35경기 2할6푼4리 5홈런 19타점. 얼핏 보기는 화려하지 않아보여도 3년 가까이 실전 공백이 있던 타자가 이만큼 해내며 한화 팀 컬러 구축에 공헌 중이라는 것은 분명 대단하다.

공주고-동국대를 거쳐 지난 2006년 한화에 입단한 송광민은 데뷔 초기 내외야를 오가다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내야수로 출장하기 시작했다. 2009년 송광민은 팀의 주전 유격수로 출장하며 116경기 2할6푼1리 14홈런 43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이 2할9푼에 불과할 정도로 배드볼 히터였으나 일발장타력을 갖춘 대형 유격수로 가능성을 비췄던 한 해다. 2009시즌 후 지휘봉을 잡은 당시 한대화 신임 감독(현 KIA 2군 총괄코치)은 유격수 이대수 영입과 함께 송광민을 주전 3루수로 중용하고자 했다.
2010시즌 한층 안정된 수비력과 발전된 선구안으로 기량을 쌓던 송광민. 광저우 아시안게임 1차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한화 팬들 사이 ‘송광저우’로도 불렸다. 그런데 병역연기 기한을 모두 채워버리며 시즌 중 갑작스레 현역 입대 영장을 받아야 했다. 가뜩이나 병역 미필자가 많아 리빌딩에도 고민이 많았던 한화 입장에서는 치명타와 같았다. 그리고 7월 중 송광민은 그라운드가 아닌 훈련소로 향했는데 직립 시 발바닥이 땅에 기우뚱하게 닿을 정도로 심각한 발목 부상으로 인해 며칠 만에 퇴소했다.
수술 후 재검을 받은 송광민은 2011년 6월에야 공익근무 입대했다. 병역 2년에 1년 가까이 수술과 재검으로 시간을 보낸 것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3년 간 실전 경험이 사라진 셈이다. 선수로서 한창인 시기를 수술과 재활, 병역으로 보냈으니 기구한 운명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유소년 선수들 코치 격으로 잠실을 찾은 송광민은 “아이들 가르치고 저도 운동을 하면서 복귀를 준비 중입니다. 실전 뛸 때보다 살이 붙어서 그런지 어떤 분들은 김진우(KIA)와도 헷갈려 하더라고요”라며 웃었다.
그리고 1년 후. 송광민은 재활군이나 2군에서 1군 복귀를 기다리는 선수가 아니라 당당한 1군 주전 내야수로 출장 중이다. 7월11일 대전 두산전에서는 데뷔 첫 만루홈런을 때려내기도 했고 중요한 순간 매서운 스윙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주전 유격수였던 이대수가 3루로 이동하고 그 자리를 송광민이 메우고 있는데 아기자기한 수비를 펼치는 이대수와는 다른 호쾌한 움직임으로 활약 중이다. 누가 봐도 3년을 쉰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쐐기타로 129일 만의 팀 3연승을 이끈 송광민은 경기 후 “팀의 3연승이 정말 기쁘다. 최근 투수들 야수들 모두 집중력 있는 경기를 위해 힘쓰고 있다”라며 “몸무게를 93kg에서 85kg까지 줄였는데 그 덕분에 공수 양면에서 좋은 플레이로 이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 더욱 즐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불운의 먹구름이 없어진 만큼 후회없이 즐기겠다는 각오다.
올 시즌 후반기 송광민의 활약상은 더욱 동기부여가 될 만 하다. 다음 시즌에는 송광민처럼 군팀이 아닌 공익근무로 병역을 해결 중인 안영명, 윤규진 등 과거의 주력 투수들이 소집해제 후 팀에 복귀한다. 그들보다 더한 고난을 겪었던 송광민의 올 시즌 후반기 활약은 충분히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불운의 탈을 벗고 야구를 즐기는 송광민의 야구 인생이 더욱 값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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