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연예인'으로 분류되던 중고 신인들이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어중간하게 알려진 이름이나 경력이 완전히 생소한 신인보다 더 불리하게 작용되기도 하는 연예계에서 다시 바닥부터 시작하는 주요 통로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각광받고 있는 것.
지난해 엠넷 '슈퍼스타K4'까지만 해도 조앤 등 중고신인들이 프로그램에 화제몰이만 잔뜩 해줄 뿐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면 올해부터는 이들이 제대로 도약을 해내고 있는 상태다.

가수 한경일로 알려진 박재한이 가장 큰 수혜자. 그는 엠넷 '슈퍼스타K5'에 본명으로 출연해 노래까지 다 마친 후 자신이 한경일이라는 사실을 밝혀 심사위원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마침 한참 후배인 조권에게서 독설까지 들었던 참이니 드라마의 효과는 더 컸다.
예전의 한경일을 기억하던 팬들이 흥분했고, 큰 이슈가 되면서 박재한의 인지도도 다시 껑충 뛰어올랐다. 어찌보면 아무 것도 모르고 '당했던' 조권이 나중에 박재한에게 예를 갖췄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박재한 역시 자신이 일부러 일반 참가자로 나섰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일단락됐지만, 그 과정에서 박재한이 부른 자신의 히트곡 '내 삶의 반'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엠넷은 지난 25일 '내 삶의 반'을 재녹음해 발표하는 '성의'까지 보였다. CJ E&M 음악사업부문 측은 ‘내 삶의 반’의 음원 출시와 관련해 “박재한의 출연 이후, 2013년의 박재한의 목소리로 ‘내 삶의 반’을 다시 듣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빗발쳤다”며 “'슈퍼스타K 5'을 통해 다시금 가수로서 대중 앞에 서고자 하는 박재한의 꿈과 음악적 진정성을 고려했으며, 10년 전의 명곡을 가창자가 재 녹음, 편곡해 예전의 명곡을 대중들에게 다시 소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프로그램에는 한스밴드의 막내 김한샘도 출연해 큰 화제를 낳았다. 그는 "한스밴드의 막내다. 두 언니는 지금 선교 활동을 하고 있고 나는 음악이 계속하고 싶어서 나오게 됐다"고 소개했다. 또 "사실 색소폰을 돈이 없어서 전당포에 맡겨 놓은 적도 있다. 그래서 라이브 카페에서 일도 하고 바리스타 일도 배우면서 돈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김한샘은 여전한 색소폰 실력을 선보이며 이은비와 함께 바이브의 '이 나이 먹도록' 무대를 꾸며 심사위원들에게 합격을 받아냈다. 당연히 포털 검색어는 한스밴드가 휩쓸었다.
엠넷 '댄싱9'에서도 중고 신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최근 확정한 생방송 진출자 18명 중에 무려 2명이 중고신인이다.
SIC로 알려진 음문석과 아이돌그룹 씽 출신의 남진현이다. 음문석은 가수 이미지를 벗고 화끈한 크럼핑 댄스를 선보여 눈을 사로잡았으며, 남진현은 현대무용으로 "기본기, 밸런스, 테크닉 모두 나무랄데가 없다"는 호평을 받았다. 춤꾼들이 모두 모인 이 프로그램에서 이들은 가수 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오히려 더 정당하게 춤 실력을 겨룰 수 있었다.
물론 '슈퍼스타K5'는 이번에도 박재한의 정체를 두고 긴장감을 높이는 편집을 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론 예전보다는 '실력' 그 자체에 방점을 찍는 모습. 히트곡을 가진 가수들이 다시 아마추어와 겨루는 경쟁이 공정하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고 이 프로그램에 도전해야만 다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이들의 절박함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이 포털만 장식한 채 쓸쓸하게 퇴장하는 게 아니라, 진짜 성과를 내게 된다면 향후 중고신인들의 도전에 가속이 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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