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판타지오 사옥. 지하 연습실엔 밤 늦도록 불빛이 새어 나온다. 9월 2일 첫 방송될 드라마툰 '방과 후 복불복'을 통해 정식 데뷔하는 국내 최초 연기자 그룹 '서프라이즈'가 맹연습에 한창이다. 벌써 수개월 째 밤을 잊은 채 수업과 연습, 훈련에 몰두한 샛별 5인방, 하정우의 소속사 판타지오가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배출하는 연기자 그룹이다. 연습실 문을 열면 배어나오는 청춘의 땀냄새가 고소하다.
서강준, 이태환, 유일, 공명, 강태오 등 20대 초반의 다섯 멤버로 구성된 이 그룹은 판타지오의 신인 연기자 발굴 프로그램인 '액터스 리그'를 통해 선발된 신인 배우들로 약 2년에 걸쳐 연기, 춤, 노래 등 다방면에서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들은 내달 2일 SK 전 채널(네이트, 호핀, 티스토어, Btv 등)을 통해 첫 선을 보이는 드라마툰 '방과 후 복불복'(극본 연출 정정화, 제작 판타지오 픽쳐스/그룹 에이트)에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소속사인 판타지오가 제작에 참여한 만큼 '특혜'라는 시선도 당연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판타지오의 나병준 대표는 자신만만하다. 일단 작품이 공개만 되면 이들의 매력과 실력, 축적한 내공이 빛을 발하고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다.
두근두근 개봉박두를 앞두고 서프라이즈 데뷔와 '방과 후 복불복' 막바지 점검에 여념이 없는 나병준 대표(37)를 만났다. "부담은 되지만 설레기도 한다"는 말이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 대표는 먼저 연기자 그룹이라는 낯선 시도에 대해 "흔히 아이돌 그룹이 가수를 본업으로 하면서 연기나 예능, 공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형태라고 볼 때, 연기자 그룹은 말 그대로 연기를 일차 기반으로 하며 음반을 내거나 공연을 하고 퍼포먼스 등 다양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엔터테이너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터테이너'(actor와 entertainer의 합성어)를 지향한다고 했다. 서프라이즈는 나 대표가 발굴하고 제작한 최초의 액터테이너 그룹인 셈. 연기가 본업이지만 노래도 춤도 퍼포먼스도 모두 가능한 인재를 키워내고 싶었고 지금의 서프라이즈는 이러한 지향점을 향해 달려온 그룹이다.

아이돌 그룹이 홍수인 현실, 배우라고 해도 충분히 음원을 내고 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요즘의 엔터 바닥에서 굳이 노래와 춤도 가능한 연기자 그룹을 제작하는 데 돈을 쏟아붓고 시간을 들여 매달린 이유는 무엇일까.
나 대표는 "기성 매니지먼트 시스템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매니지먼트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고 싶다"며 십여년이 넘는 매니저 생활을 반추했다. 지난 2001년 사이더스HQ에 입사, 지진희의 현장 매니저로 일을 시작한 그는 김혜수, 전도연 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의 관리 업무를 거쳐 2008년 독립했다. 독립 당시 하정우, 지진희 전도연 염정아 공유 등 사이더스HQ에서 우애와 신뢰를 쌓은 많은 배우들이 함께 해줬고 현재는 하정우 염정아 김영애 정겨운 조윤희 김소은 김성균 김새론 등 총 40명의 배우들이 한솥밥을 먹는다.
나 대표는 "서프라이즈와 '방과 후 복불복'은 매니지먼트,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인들은 데뷔는 물론 일할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프로필 사진을 들고 제작사나 방송사를 찾아다니며 '한번만 써 달라'고 사정하는 게 매니저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그 때마다 연기 이력이나 전작이 없는 신인들을 상대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실 신인의 프로필만 보고 어떻게 작품에 쓸 수 있겠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들을 믿고 기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신인들의 경우, 단숨에 지상파 드라마나 영화의 출연 기회를 꿰차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프로필을 돌려야 했던 기억은 지금의 서프라이즈와 '방과 후 복불복'을 제작하게 된 불씨가 되어줬다. 꼭 지상파 드라마나 개봉 영화가 아니어도 신인들을 데뷔시킬 수 있는 창구는 없을까, 아직 생소한 제작자나 방송사 측에 신인들의 역량을 검증해보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장고 끝에 바로 드라마툰의 기획이 시작됐다.
사실 '방과 후 복불복' 프로젝트는 꽤 오래 전부터 기획된 콘텐츠라는 귀띔. 지금 같은 4G 시대를 맞지 않았다면 조금 더 늦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우리가 신인을 발굴해 그 신인을 집어넣은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4년전 쯤에 이미 많은 드라마 제작사들을 상대로 협력을 제안했다. 다수가 기획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정작 그 콘텐츠를 방영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데서 발목 잡히기 일쑤였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채널에서조차 신인 연기자들로 찍은 드라마를 편성할리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연출자나 유명 작가가 붙는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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