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랑 "어릴적 난 CF발·거품…평가 두려웠다"[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08.26 14: 03

가수 김사랑(32)이 돌아왔다. 지난 1999년 '나는 18살이다'라는 파격적인 정규 1집으로 가요계 첫 발을 내디뎠던 그는, 당시 이름보다는 '천재 뮤지션'으로 더 자주 불렸으며 음악을 위해 고등학교까지 자퇴하고 학력을 파괴한 '이단아'였다. 이런 관심과 인기는 모 통신회사 CF 속 '나는 18살이다'라는 카피로 불 붙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열광했던 사람들은 그를 잊었고, 뜨거웠던 인지도는 사그라졌다. 2013년 8월,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그가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7년 3집에 이어 무려 6년 만에 4집 '휴먼 컴플렉스 파트1(Human Complex Part.1)'으로 돌아온 김사랑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쇼파르뮤직 사무실에서 마주했다.
만 18세라는 나이로 첫 앨범을 낸 점을 감안했을 때, 벌써 데뷔 햇수로만 15년. 하지만 정작 지난 시간에 비해 그가 발매한 앨범은 (이번을 포함해) 4장의 정규앨범, 1장의 EP음반, 그리고 디지털 싱글 하나가 전부다.

"여유롭게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에 공식 활동 자체를 생각지 않았다. 근데 지금의 대표님을 만나고 소속사(쇼파르 뮤직)에 들어오게 되면서, 매니지먼트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에 작정하고 6년만에 정규앨범으로 돌아오게 됐다."
소속사 같은 외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원맨밴드에 기인해 철저하게 모두 그의 손을 거치는 가내 수공업 방식인 점도 '느림'에 한껏 힘(?)을 보탰다. 노래는 물론이거니와, 연주, 녹음, 레코딩까지 모든 걸 직접 컨트롤하는 이유에서다.
"작업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누구는 하루에 한 곡을 만들기도 한다던데, 난 평균 1곡당 한 달은 걸린다. 처음엔 돈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건 직접 하자'는 심정으로 작사, 작곡, 연주, 믹싱 등을 했는데 이젠 분업이나 협업 방식으로 작업 하는 게 오히려 더 힘들게 됐다."
그렇게 6년간 김사랑의 손때를 타고 탄생한 앨범이 4집 앨범 '휴먼 컴플렉스 파트1'이다. '우주에서 현상하는 연속적인 인류의 콤플렉스, 그 진화하는 아이러니의 감성을 담았다'는 앨범 설명은 다소 난해할 수 있지만, 풀어보자면 이 같은 콤플렉스로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진화한다는 얘기다.
"앨범 타이틀곡인 '스토커', '너란 놈', 사람이나 집착 등 이런 모든 게 다 일종의 콤플렉스다. 이런 걸로 사람들은 결국 성장한다. 앨범 만족도는 지금껏 앨범 중 가장 높다. 100%는 아니지만 70~80%는 스스로도 만족했다."
결과물에는 대중도 호응했다. 최근 발표된 K-인디차트 Vol.11(7월26일~8월10일 판매량 합산)에서 발매와 동시에 1위로 진입한 것. 하지만 데뷔 당시 집중됐던 스포트라이트는 없다. 최근 가요계가 아이돌그룹으로 재편되고, 힙합 뮤직이 주류로 편입해 차트를 휩쓸고 있는 것과 달리 록 음악은 여전히 마니아 장르로 취급되는 분위기 탓도 있다. 하지만 정작 15년의 세월동안 그 간극을 직접 체험한 당사자는 덤덤했다.
"그때도 주류와는 거리가 있었다. 당시 받았던 관심은 음악으로서가 아니라, CF발이고 이미지의 거품이었다.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4계단 떨어진 28위로 다뤄졌던 게 전부다. 그때도 내가 음악적으로 성공했다곤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네 번째 정규 앨범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6년이다. 여전히 자신을 '어린 천재'로 기억하는 대중들, 오랜 시간 음악을 기다려온 그들 앞에 다시 선다는 건 분명 쉽지 않았을 터. 김사랑은 이 부담감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다.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됐다. 오랜만에 나왔는데 '고작 이정도야?'라는 사람들의 평가가 나올까 두려웠다. 더 잘해야한다는 생각에 고민했다. 아무래도 그 공백을 채우려면, 파트2를 하루라도 빨리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공백기 동안 대한민국 가요계의 역사를 뒤흔들었던 싸이, 그리고 조용필의 존재는 그에게 큰 자극이 됐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젠틀맨'으로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고, 빌보드 차트 2위라는 믿기힘든 기록을 세웠다. 또한 조용필은 10년만에 컴백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으로 감동을 안겼다.
"내 일처럼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멋질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도 스쳤다. 뮤지션들도 대단했지만, 들어주는 대중들의 귀에도 감탄했다. 결과적으로 또 내게 채찍질을 하게 됐지만(웃음)."
음악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도 지나온 세월만큼 변했다. 사람들도 일부러 더 만났고, SNS를 시작하며 팬들과 소통도 시작했다. 이번 앨범 수록곡 'ICU' 뮤직비디오에선 직접 1인 4인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좀비 연기는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방송 출연에 대한 마음도 예전과 달리 열렸다.
"연기를 배워보고픈 마음은 있다. (뮤비 석에서) 좀비 연기를 해봤는데 참 재밌더라. 무대에 서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방송? 음악 방송에 설 수 있다면 나가고 싶다. 그리고…'TV 동물농장'에 꼭 한 번 나가보고 싶다. 동물을 정말 사랑하는 열혈 시청자다. 출연시켜 준다면 뭐든 시키는 대로 할 수 있다.(웃음)"
오랜 작업 후 내놓은 앨범으로, 스스로도 참 오랜만에 인터뷰를 했다는 김사랑은 확실히 '나는 18살이다'를 외칠 때의 모습과는 분명 달랐다. 음악에 관해선 여전히 진지했지만,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과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여러 관심과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특히 'TV 동물농장'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진지하게 한껏 들뜬 모습은 마주한 기자까지 웃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들고 나온 앨범 '휴먼 컴플렉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크나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에 대한 말을 끝으로 그는 이번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원해서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음악을 하게 됐다. 남들에게 잘나 보이고 싶은 게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을 채우고 싶어 음악을 한다. 자신감은 늘 부족하지만, 일단 이렇게 나왔으니 더 열심히 활동해서 기대에 부응할 정도는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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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르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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