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전 수문장 신소정(23)이 캐나다 대학 1부리그 명문 StFX에 스카우트돼 화제가 되고 있다. 단순히 스카우트가 아니라 주전과 장학금 등이 보장된 파격적인 제안도 포함돼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26일 "신소정이 캐나다 대학 스포츠(CIS) 1부리그 세인트 프란시스 자비에(StFX) 대학교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고 30일 현지로 출국한다. 곧바로 StFX 여자 아이스하키 팀에 합류해 2013-2014시즌 개막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소정의 캐나다 대학리그 진출은 기적에 가까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저변과 수준은 세계 최고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헤아릴 수 없는 주니어 클럽 팀이 있고 여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만이 대학에서 학교 대표로 활약할 수 있다고 협회는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서도 우수 선수들은 미국 NCAA 1부리그와 캐나다 1부리그(CIS)에 스카우트된다. 아이스하키로 장학금을 받고 명문대를 간다는 것은 캐나다에서도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신소정의 캐나다 진출은 열악한 국내 아이스하키 환경 속에서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한국에는 초·중·고, 대학, 실업을 통틀어도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전무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력 유지를 위해 태릉실내빙상장에서 연중 소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순수 아마추어로서, 낮에는 학업과 생업에 종사하고 저녁에 빙상 훈련을 치른다. 문자 그대로 '주경야독'이다.
신소정도 다르지 않다. 숙명여대 체육교육과 4학년 휴학 중인 그는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 인턴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여자 대표팀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퇴근 후 안양에서 태릉까지 2시간 길을 달려야 한다. 학업과 생업, 아이스하키를 병행하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도전을 포기하지 않은 신소정은 마침내 캐나다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게 됐다.
▲ 신소정은 누구?
신소정은 초등학교 1년 때 클럽팀 과천 위니아에서 처음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남자들과 함께 뛰던 클럽 팀에서부터 두각을 보였다. 14세였던 2004년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3 대회에서 국제 무대에 데뷔, 올해로 대표팀 10년 차를 맞고 있다. 원래 포지션은 골리였지만 팀 사정 상 공격수로 뛰었던 그는 지난 2007년부터 대표팀에서 본업인 골리로 기용되기 시작했다.
팀 전력이 약해 무수한 골을 허용하는 가운데서도 신소정은 빼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과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은 실력 차이가 커서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에서 격돌하면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슈팅을 막고 또 막으며 신소정은 성장해 나갔다.
신소정은 지난 2011년 아스타나 알마티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4전 전패를 당하는 동안 무려 298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경기당 74.5개의 슈팅을 막아낸 셈이다.
또 신소정은 지난 2012년 아시아 챌린지컵에서 또 다시 신기를 뽐냈다. 일본전(1-6), 중국전(0-3)에서 거푸 60세이브를 기록했다. 국내 아이스하키 관계자들 사이에 “여자 대표팀의 전력이 약해 빛이 나지 않지만 신소정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고교시절부터 막연하게 캐나다 진출의 꿈을 갖고 있던 신소정은 올 여름 희망을 구체화할 전기를 맞았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지난 7월 평창 올림픽을 겨냥한 전력 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캐나다 교포 선수 박은정(캐롤라인 박)과 임진경(대넬 임)을 대표팀에 초청했다. 한 수 위의 개인기와 결정력을 지닌 박은정과 임진경은 신소정의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2013 여자 아이스하키 여름리그 1차전에서 박은정, 임진경이 활약한 피닉스에 4골을 허용한 신소정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하기 위해 캐나다 대학리그에 도전장을 내기로 마음을 굳혔다. 자신의 경력과 경기 장면 영상, 국제 대회 기록 등이 담긴 소개서를 만들어 캐나다 1부리그 여자 아이스하키팀 관계자들에게 전송했다.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6개 대학으로부터 입학 제의가 왔다. 신소정은 그 중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StFX대를 택하기로 결정했다. StFX는 데이빗 사이니쉰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주전 골리를 보장하겠으니 우리 학교로 와달라”고 설득했고 장학금 등 최고 수준의 지원을 약속했다. StFX는 CIS 여자 아이스하키의 전통 강호다. 노바스코샤주 지역 대학으로 이뤄진 AUS 디비전의 최강팀으로 2012-2013시즌에는 각 디비전 우승 팀들이 출전하는 캐나다 챔피언십에서 3위를 차지했다.
StFX 대학교 2학년으로 편입하는 신소정은 “막연하게 생각했던 캐나다 진출의 꿈이 짧은 기간에 이뤄져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 큰 무대로 나서게 된 만큼 한국에서와는 여러가지로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전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서 여자 아이스하키의 2018 평창 올림픽 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소정은 오는 30일 오전 출국, 토론토를 경유해 StFX대학교가 위치한 핼리팩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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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