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수 반열에 올라선 힙합 가수들도 얽혀든 힙합 디스전이 지난 3일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익숙한 얼굴의 래퍼들이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 매우 흥미로운 싸움 구경이 된 이번 디스전이 향후 한국의 힙합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은 상황.
랩으로 배틀을 했다는 점에서 랩 음악 본연의 색깔과 랩 음악에 대한 관심 유도에는 성공적이었지만 결국 자극적인 폭로전으로 변질됐다는 점에서는 아쉬움도 남는다.

우선 축제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분위기가 더 우세한 상황. 힙합은 올해 들어 국내 음원차트에서 명실상부 메이저 장르로 도약했다. 배치기의 '눈물 샤워'를 시작으로 이후 아메바컬쳐, 브랜뉴뮤직 등에서 발표하는 신보들이 음원차트 1위를 휩쓸어왔다. 이같은 상업적 성공은 힙합이 다소 '착해진' 느낌도 줬던 차, 이같은 상황에서 날 선 랩 배틀이 벌어진 것은 반갑다는 반응이다.
랩 음악 팬들이 다시 '팬심'을 회복한 계기가 된 것. SNS상에는 한때 힙합에 도취했던 '소싯적'을 회상하며 다시 '거칠어진' 힙합을 즐기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들은 실제 힙합 시장에 유입됐다. 오는 9월7일 열리는 힙합 페스티벌 ‘2013 원 힙합 페스티벌(2013 ONE HIPHOP FESTIVAL)’의 예매율이 치솟은 것.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콘서트 주간 랭킹 순위 20위권이던 ‘2013 원 힙합 페스티벌’은 지난 23일 본격적인 디스전 발발 이후 주말간 예매 순위 3위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5~6위권의 높은 예매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포털 사이트 내 공연 일간 검색어 1위를 기록, 힙합페스티벌에 대한 대중의 높은 기대감이 드러났다.
여기에는 디스전을 촉발시킨 스윙스와 그가 지난 23일 ‘킹 스윙스 파트2 (King Swings Part. 2)’에서 사이먼디와 함께 직접적인 디스 대상으로 삼은 어글리덕 등이 출연한다. 음원으로 싸우던 이들이 무대서 맞닥뜨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높다.
힙합이 본연의 호전성을 회복한 건 반갑지만 그 방향이 특정 사안에 대한 진실게임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음원을 이용한 여론몰이에 이용되면서 힙합 내에서도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건 이센스와 전소속사 아메바컬쳐 간의 갈등이다. 양측의 대립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으나 이센스는 소속사가 요구했다는 10억원의 정체, 소속사 식구들의 행동까지 조목조목 나열하며 노래해 화제를 모은 상태다. 이 가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아메바컬쳐는 이 노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 중이다.
랩 배틀이 래퍼들의 화려한 랩 실력으로 게임을 벌이는 것이지만, 어느새 한 사안에 대한 팩트 싸움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센스도 이를 의식한 듯 "난 켄드릭 라마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을 한겁니다. 디스(diss), 비프(beef)가 랩의 코어가 절대 아닙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스윙스는 26일 이번 디스전에서의 마지막 디스곡 '신세계'를 발표하고 '대중들에게 스스로 책임감을 느껴. 언제부터 이 문화가 오해 받기 시작했지 슬프지', '내가 여기서 실패를 하면 이 문화는 또 악순환을 돌거고 우린 거리 양아치로 전락하게 돼. 내 자존심이 그건 허락 못해'라며 현 힙합에 대한 고민을 시사했다.
힙합이 화제가 되는 건 기쁘지만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MC한새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번 디스전을 걸그룹 노출 경쟁에 비유하며 "너무 과하면 민망하고 인상이 찌푸려진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한 힙합기획사 관계자도 "이번 일로 오히려 디스에 대한 인식이 잘못 심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디스와 갈등은 다른 것이니 힙합 음악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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