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의 안방 지각 변동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최근 SBS '땡큐',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폐지 등 토크쇼가 영 힘을 못 쓰는 모습이다. 특히 '무릎팍도사' 같은 1인 토크쇼는 '답이 없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1인 토크쇼의 마지막 자존심은 그래도 3명의 MC 군단이 1명을 상대하는 SBS '힐링캠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1인 토크쇼가 아니더라도 현재 방송중인 토크쇼 중에는 SBS '황금어장-라디오스타'와 MBC '세바퀴'가 그래도 시청률 면에서 힘을 받고 있고 이슈 면에서도 체면치레 하고 있는 정도다. 물론 KBS 2TV '해피투게더' 같은 장수 예능이 있으나 이는 완전한 토크쇼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시장에 새롭게 치고 나온 이들은 바로 종편 예능프로그램들이다. MBN '고수의 비법 황금알', '동치미', JTBC '유자식상팔자' 등이 안정된 시청률을 기록하며 각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이 됐다. '지상파의 굴욕'이란 말까지 나올 만큼 해온 시간에 비해 종편의 구력이 상당하다.
지난 26일 오후 11시대 방송된 '고수의 비법 황금알'은 3.46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입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이날 '안녕하세요'가 8.4%를 나타낸 것과 비교해 봤을 때, 종편 채널임에도 상당한 경쟁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매주 화요일 방송되는 JTBC '유자식상팔자'도 상승세를 타는 토크쇼 중 하나다.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SBS 예능프로그램 '화신'을 거의 제압한 것과 다름없다. 지난 20일 방송된 '유자식 상팔자'는 4.54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화신'은 5.2%를 나타냈다. 단 0.7%포인트 차다.
2.5~3%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JTBC '썰전'은 시청률 보다도 방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프로그램으로 의미가 있다. 종편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란 점에서도 대체불가능한 강점을 지닌다. vN한국갤럽이 지난 달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215명에게 요즘 가장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을 물은 결과 종합편성채널 '썰전'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스로 방송가에서 1인 토크쇼가 한계를 보이는 원인을 분석하는 등 시사교양프로그램의 포맷에서도 기존의 것들과 차별되는 모습이다.
이 외에도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대 방송되는 MBN '동치미' 역시 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채널A '웰컴 투 시월드' 역시 주부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장한다. 그런가하면 JTBC 새 토크쇼 '남자들의 여자이야기-마녀사냥'은 대세 방송인들이 만드는 수위 센 토크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종편이 낳은 가장 '핫'한 방송인 강용석은 자신이 진행 중인 '유자식상팔자' 기자간담회에서 "'유자식 상팔자'가 '화신'을 잡는 건 예정된 수순"이라며 "만약 '화신'이 폐지된다면 MC를 맡고 있는 김구라를 출연시키고 싶다"라는 패기있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배경에는 지상파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제작진에 더해 토크쇼 포맷의 다양성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지상파에서 검증된 MC들과 게스트들에 더해 의사, 변호사, 아들-딸 등 새로운 출연자들의 적극적인 출연 역시 신선한 효과를 낸다.
포맷의 다양성은 주제가 지상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 가능한데 돈 문제, 시집살이,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 등의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주제가 술술 풀려나온다. '유자식상팔자'의 경우 부모와 자식간의 소통이 보다 깊숙히 보여진다. SBS '붕어빵'이 부모와 어린 자식들간의 동화같은 모습이라면, '유자식상팔자'는 부모와 사춘기 자식들의 은밀한 대화다. '썰전'은 연예인 협찬 등 대중이 알고 싶은 주제를 적극적으로 끌어내 와 도마질을 한다.
연예인의 신변잡기 일색으로 비판을 얻었던 최근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토크에 '정보'가 합쳐졌다는 것도 종편 토크쇼가 지닌 하나의 특징이다. 즉 '의미있는 웃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종편 프로그램이 집단 토크쇼 위주로 다 비슷해지고 있는 것은 또 제작진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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