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유씨미' 마술사들의 완벽한 승리가 통쾌한 이유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8.27 09: 00

(스포일러 많습니다)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감독 루이스 리터리어)은 마술세계가 집약된 영화다. 복불복으로 뽑은 카드의 종류를 맞추는 스냅 체인지, 사람들의 주위를 딴 곳으로 돌리는 현란한 손놀림 미스디렉션 같은 기본 마술을 비롯해, 릴리즈와 같은 탈출 마술, 그리고 프랑스 은행 금고를 3초 만에 텅 비게 만드는 초대형 마술이 영화 내내 펼쳐진다. 화려한 마술세계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지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체험의 원리와 숨은 비밀을 풀어주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여기에 ‘디 아이’와 같은 마술사 세계의 고전까지 곁들여 그야말로 마술 성찬을 차린다.
마술이란 그러나 그 세계에 대한 믿음과 환상을 긍정하는 사람에게 신비로운 영역인 법. 그 안에 놓인 질서와 트릭을 눈속임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에게 마술이란 그저 현란한 사기행각일 뿐이다. 더 나가 그 안에 숨겨진 룰을 어떻게든 파헤치겠다는 데까지 이르면 문제가 커진다. ‘나우 유 씨 미’는 누군가에겐 환상의 세계며, 또 어떤 이에겐 조악한 속임수에 불과한 마술 세계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의 충돌을 갈등의 중심으로 삼아 이야기를 펼친다.

영화는 네 명의 마술사 ‘포 호스맨’이 각종 마술을 이용해 은행과 보험사를 털자, FBI와 전직 마술사이자 현재는 마술 트릭을 해체하는 테디어스(모건 프리먼)가 이를 쫓는 모습을 그린다. 사전에 치밀한 물밑작업을 해두고 정교한 마술쇼로 위장하기에 포 호스맨의 행각이 범죄임을 증명하기란 여간 쉽지 않고, 이에 FBI 요원 딜란(마크 러팔로)은 번번이 포 호스맨 체포에 실패하고 만다.
은행 금고가 순식간에 비어버리고 그 돈이 마술쇼 현장에 눈꽃처럼 와르르 쏟아지는 건 포 홋맨이 마술쇼 도중 눈앞에서 사람을 증발시켰다가 다시 소환하고, 멀쩡한 사람의 몸을 잘랐다가 다시 붙이는 불가사의한 일과 다를 바 없다. 더군다나 마술쇼가 벌어지는 장소는 이성을 마비키시는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아닌가. 허리케인으로 재산을 잃고 통장잔고는 바닥이 난 상태에서 어느 그룹 회장님의 재산 중 일부가 내 통장으로 옮겨지는 순간은 이 마술쇼를 찾은 관객에게 궁극의 판타지를 안긴다.
그러나 알고 보면 포 호스맨이 턴 은행과 보험사는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곳이고, 이 돈이 돌아간 대상은 그들이 내세운 영악한 약관에 따라 자기 재산을 잃은 힘없는 약자들이었다. 전직 마술사 테디어스는 FBI의 수사에 훈수를 두며 마술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자만하지만, 너무 많이 안 자신이 어느 마술사의 인생을 박살냈다는 진실은 모른다.
결국 영화는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곳에서 이를 져버린 이들을 향해 펼치는 복수극의 얼굴을 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일을 의심 없이 받아들여야 가능한 마술이라는 영역을 공명심과 자존심 때문에 잔인하게 해체한 누군가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한 계약을 무참히 자르는 금융기관과 보험사의 방만을 저격한다. 순수한 믿음과 신뢰가 철없는 환상으로 치부되는 세상에서 마술사들의 완벽한 승리가 주는 통쾌함은 그래서 더욱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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