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일 박종환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이 향년 75세로 별세했습니다.
고인은 프로야구 출범 초기 롯데 자이언츠에서 구단 전무이사를 지내며 1984년 롯데가 우승하는데 기여했으며 96년 1월 31일부터 1998년 3월 14일까지 KBO 제 6대 및 7대 사무총장으로 재직했습니다.
1982년 프로야구 창립에 산파 노릇을 한 고인은 KBO 사무총장 시절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고인은 경남고 재학 시절인 1955년 외야수로 활동하면서 제9회 전국지구대표 고교야구쟁패전(현 황금사자기대회)결승전에서 인천고를 3-2로 물리치고 우승하는데 한 몫을 했으며 육군야구부와 기업은행에서 실업선수로 활약했습니다.
프로야구가 출범하자 고인은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트에서 연수를 받고 귀국, 롯데 전무로 근무하는 등 프로야구 운영에 일가견이 있던 고인이 2년만에 KBO 사무총장직을 내놓은 것은 LG-삼성전 부정배트 소동 파장에 따른 것이어서 올해 선두권 경쟁을 펼치는 양팀의 모습에 오버랩 됩니다.
LG-삼성의 불꽃튀는 방망이 대결은 과거 트윈스의 전신인 MBC 청룡 시절부터 유명합니다.
매년 성적으로는 삼성이 대부분 우위였으나 프로야구 원년 OB가 코리안시리즈에 진출하고 MBC는 후기리그에서 삼성과 각축전을 펼쳤습니다.
그해 8월 26일 대구 경기에서 배대웅과 김인식이 2루에서 충돌한 것이 발단이 돼 양팀 선수단이 집단싸움을 벌이고 백인천 청룡 감독이 판정에 불복, 최초의 몰수게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해 이후에도 양팀 대결은 남달랐습니다.
이들이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것은 준플레이오프는 한차례도 없고 86년부터 시작된 플레이오프에서는 93년(삼성 3승2패), 97년(LG 3승2패), 98년(LG 3승1패) 세번입니다.
한국시리즈는 LG가 MBC를 인수한 첫 해인 90년(LG 4승무패)과 2002년(삼성 4승2패) 두차례 대결했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 97년 정규 시즌에서 유별나게 타격전을 전개했는데 5월 3~5일 대구전은 보기드문 난타전에 부정배트 소동까지 겹쳐 두고두고 추억에 남습니다.
당시 삼성은 3연전 동안 무려 17개의 홈런을 쳤습니다. 1차전 3-9, 2차전 5-27, 3차전 1-13.득점에 관한 기록은 다 갈아치울 만큼 엄청난 점수가 나왔습니다.
특히 2차전은 프로야구 30년사에 한팀 최다득점 기록으로도 길이 남을 만큼 대량 득점이었습니다.
이날 삼성의 2루수 정경배(현재 SK 수비코치)가 1, 2회 연타석으로 만루홈련 두방을 치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최익성,`류중일,`김태균(2개),`이승엽,`김영진 등 6명의 타자가 9방의 홈런을 작렬시키고 이승엽(3개), 양준혁,`신동주(2개)는 2루타 7개를 보탰습니다.
LG는 5월 5일에도 선발 김용수 등 7명의 투수를 투입했지만 이승엽,`김한수(각 2개), 신동주에게 5개의 홈런을 허용한 끝에 1-13으로 대패를 당했습니다.
이전까지 10연승 신바람을 내던 LG의 천보성 감독은 5일 경기중 부정배트 의혹을 제기했고 삼성 백인천 감독은 발끈했습니다.
백 감독은 문제의 방망이(미국 전지훈련 중 구입한 미제 미즈노 제품)를 선택했다고 밝혔으나 1990년 LG 감독 시절 압축배트 시비에 휘말린 전력이 있었습니다.
부정배트 파문을 풀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처음에 단순하게 대처했다가 나중에는 일본과 미국에 전문가들을 파견해 알아보고 부정배트는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재계 라이벌 삼성과 LG는 감정이 쌓였고 야구단끼리도 예민해졌습니다.
소동이 일단락된 후 구단주와 사장들의 골프 모임에서 구본무 LG 회장이 부정배트 문제를 거론하자 박종환 KBO 사무총장은 해외에서 면밀하게 조사를 해보니 아니라고 맞서며 날선 공방을 벌였습니다.
불쾌하게 여긴 구본무 회장이 홍재형 KBO 총재에게 불편함을 드러내자 총재는 결국 몇 달 후 박종환 사무총장에게 자리를 내놓을 것을 종용, 박 총장은 사퇴해 부정배트 소동의 후유증이 컸습니다.

올해도 13차전까지 대결에서 LG는 삼성전에서 68점을 뽑아 다른 팀과 경기에서 보다 많은 점수를 뽑아내며 삼성을 괴롭혔습니다.
지난 해는 삼성이 14승5패로 LG를 압도한데 비해 올해 대등한 성적을 내자 트윈스 선수들은 “작년의 삼성이 아니다. 올해는 해볼만하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어 이들의 남은 경기와 포스트시즌 대결이 흥미롭습니다.
2강-5중-2약 체제가 된 현재 추세로 봐서는 삼성과 LG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실시되고 잘하면 한국시리즈 대결도 11년만에 펼쳐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타격전으로 전개될 양팀의 대결은 보다 흥미로울 것입니다.
양팀의 올해 맞대결 성적은 LG가 7승6패로 약간 우세합니다. 잔여 경기는 9월 7일(토)과 8일(일) 잠실에서 열리고 비로인해 연기된 한 경기는 9월 29일 일요일 잠실에서 거행돼 모두 LG의 홈경기로 열립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