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망 비웃은 류현진의 뛰어난 후반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8.28 06: 12

“또 다른 승리의 날이 될 것이다”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를 앞둔 다저스타디움. 다저스타디움을 관리하는 직원 중 하나인 로니는 한국 취재진을 향해 “오늘 류현진이 등판한다. 또 다른 승리의 날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비록 그 말이 현실화되지는 못했지만 류현진에 대한 현지의 호의적인 시각을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일화다.
류현진은 올 시즌 25번의 선발 등판에서 12승5패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순수한 의미의 루키는 아니지만 메이저리그(MLB) 첫 시즌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라고 할 만하다. 4월까지만 해도 류현진이 누군지 잘 모르던 LA 다저스의 팬들 또한 이제는 류현진을 당당한 선발 로테이션의 일원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한인의 스타를 넘어, 이제는 다저스의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류현진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여전히 몇몇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루키에게 쏟아지는 당연한 평가라고 할 만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후반기 성적이었다. 미 언론들은 전반기 종료 당시 류현진을 다저스 후반기의 변수 중 하나로 손꼽았다. “전반기에는 잘했지만 그 활약상을 후반기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까”라는 투였다. LA 타임스와 같은 지역 최대 언론에서도 류현진의 후반기 활약상을 팀의 키 포인트로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지금까지 그랬듯 묵묵하게 전진하며 이런 의구심마저 깨끗하게 지워내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고 투구 패턴이 노출되는 후반기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아직은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기록적으로도 크게 떨어진 부분이 없다. 오히려 ‘루키’의 잣대에서 들여다본다면 이 정도의 꾸준함은 특급에 속한다.
류현진은 27일 현재 후반기 7경기에 나서 5승2패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하고 있다. 5승은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등과 함께 내셔널리그 후반기 공동 최다승이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봐서도 맥스 슈어저(디트로이트·6승)만이 류현진보다 더 많은 승수를 따냈다. 승운이 좋았던 경기보다는 류현진이 충분히 승리를 챙길 만한 내용을 보인 경기가 더 많았다는 점에서 가벼이 볼 수 없는 기록이다.
3.07의 평균자책점도 준수하다. 류현진보다 더 좋은 평균자책점을 낸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후반기 7경기 이상 선발 출격한 내셔널리그 투수 중 22명만이 류현진보다 더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내셔널리그에 15개 팀이 있다고 생각하면 팀당 1명 정도 만이 류현진 이상의 성적을 낸 셈이다. 류현진의 올 시즌 전체 리그 평균자책점 순위는 15위다. 역시 별로 떨어지지 않은 수치다.
44이닝을 소화하며 꾸준한 이닝소화능력도 발휘하고 있다. 경기당 6이닝이 넘는다. 이 역시 전반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수치다. 탈삼진 및 볼넷 비율도 좋다. 투수의 순수한 능력을 어렴풋이 읽을 수 있는 탈삼진/볼넷 비율에서 류현진은 후반기 6.67을 기록,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동료 커쇼(6.13), 그레인키(3.67), 그리고 신인왕 경쟁자 호세 페르난데스(5.64)보다도 좋다. 류현진은 그렇게 묵묵히 물살을 가르고 있다. 누가 뭐래도 뛰어난 시즌이다. 이제 안전한 마무리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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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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