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2000년대 후반 트렌드를 주도한 팀이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강력한 불펜야구였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와 함께 벌떼 야구가 쌍벽을 이뤘다. rmfjsk 벌떼 불펜의 주역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며 SK 불펜에도 쇠락기가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기 SK는 확 달라진 불펜의 힘으로 4강 역전극을 꿈꾸고 있다. 당장 27일 문학 한화전만 봐도 알수 있었다. 선발 윤희상이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간 뒤 윤길현-박정배-박희수로 이어진 불펜이 3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3-0 승리를 깔끔하게 지켜냈다.
SK는 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이 4.73으로 9개팀 중 6위에 그쳤다. 한 때 리그를 호령한 최강 불펜치고는 초라한 성적표였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180도 달라졌다.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은 고작 2.84로 9개팀 중에서 유일하게 2점대를 마크 중이다. 그야말로 짠물 피칭으로 뒷문을 잠갔다.

후반기 SK는 지키는 야구가 확실히 되고 있다. 전반기에는 5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20승5패로 승률이 8할이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5회까지 리드한 11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승률 100%. 선발투수들이 어느 정도 버티며 리드를 잡으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계산이 서는 야구가 완성돼 가는 것이다.
가장 돋보이는 투수는 2000년대 후반 SK 불펜의 핵심 투수였던 우완 윤길현이다. 이기는 경기에서 가장 먼저 투입되는 윤길현은 후반기 13경기에서 1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1.86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피안타율이 1할8푼9리에 불과하다. 특히 8월 10경기에서는 8⅓이닝 무실점 행진. 전성기 위력을 완전히 회복했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우완 박정배도 마무리 박희수 이전에 나오는 셋업맨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시즌 1점대(1.97)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후반기에도 13경기에서 1승5홀드 평균자책점 2.16으로 변함없는 위력투를 이어가고 있다. 8월 팀 내 가장 많은 16⅔이닝을 소화하며 중심축을 맡고 있다.
마무리 박희수도 안정감있게 뒷문을 지키고 있다. 후반기 8경기에서 1패가 있지만 블론세이브 없이 5세이브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2.08로 막고 있다. 박희수의 8월 피안타율도 1할7푼2리 거의 언터쳐블에 가깝다. 어느덧 시즌 18세이브를 거둔 박희수는 데뷔 첫 20세이브 돌파도 머지 않았다.
여기에 KIA에서 트레이드돼 온 좌완 진해수가 원포인트 릴리프 이상의 역할로 큰 힘이 되고 있다. 후반기 팀 내 가장 많은 16경기에서 홀드 2개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1.59로 짠물 피칭. 피안타율이 2할5리로 전반기(0.316)와는 상전벽해 수준이다. 베테랑 이재영도 후반기 10경기에서 승-홀드는 없지만 평균자책점 2.16과 피안타율 2할7리로 안정감을 자랑하고 있고, 사이드암 임경완도 10경기 평균자책점 1.08로 막아내고 있다.
후반기 SK 불펜은 양적-질적으로 벌떼 야구 시절 못지않은 최강 불펜을 구축했다. 지키고 마무리할 불펜이 있기에 SK의 4강 역전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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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현-박정배-박희수-진해수(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