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서 가장 잘 치는 최정이 어떻게 치는지 봤다".
SK 외야수 김강민(31)이 드디어 시즌 첫 3할 타율에 진입했다. 김강민은 지난 27일 문학 한화전에서 홈런 포함 3타수 3안타를 터뜨리며 정확히 3할 타율을 마크했다. 시즌 초반 한때 4푼까지 떨어진 타율을 6월 이후 3할5푼5리의 불방망이를 치며 기어이 3할까지 회복했다. 이 같은 김강민의 타격 대폭발에는 팀 후배 최정의 타격에서 모티브를 얻은 벤치마킹이 있었다.
▲ 배트 길게 잡는 최정에 모티브

김강민은 6월(0.342)·7월(0.333)·8월(0.396) 모두 3할대 타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8월에는 특징이 있다. 바로 홈런을 무려 5개나 몰아쳤다는 점이다. 시즌 홈런 6개 중 5개를 최근 11경기에 집중시켰다. 정확하게 잘 치는 타자에서 멀리 크게 칠 줄 아는 타자로 변모했다. 이제는 5번 타순에서 강력한 클린업 트리오로 자리 잡았다.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김강민은 "홈런은 세게 치기 때문에 나오고 있다. 세게 치기 위해 배트도 길게 잡고 있는데 확실히 힘이 실린다"며 "우리팀에서 가장 잘 치는 (최)정이가 어떻게 하는지 봤다. 정이는 배트를 길게 잡고 치더라. 나도 정이처럼 따라해봤다. 처음엔 타구에 힘이 실리지 않아 '내가 힘이 없나' 싶었지만, 점점 맞아나가는 것 같다. 홈런 대부분이 중앙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강민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09년 12개. 그는 "주위 코치님들께서는 '넌 힘이 좋기 때문에 홈런도 많이 칠 수 있다'고들 하셨다. 그러나 난 그동안 안타를 많이 치려 했지 홈런에는 과님이 없었다. 나도 나한테 이런 능력이 있을 줄 몰랐다. 나이가 서른 둘인데 발전하고 있다"며 웃은 뒤 "난 천재가 아니다. 노력형으로 봐 달라. 정이를 따라하며 나만의 것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후배의 타격 포인트를 모티브로 삼은 효과였다.
▲ 5할 승률 복귀? 죄송할 뿐이다
SK는 이날 한화전 승리로 5할 승률에 복귀했다. 그러나 김강민은 "죄송할 뿐"이라며 "내가 한 달 정도만 빨리 잘했어도 지금 이렇게까지 순위 싸움을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시즌 초반 김강민 등 주축 타자들의 부진으로 SK는 심각한 침체를 겪었다. 김강민은 "정이 혼자 견제를 많이 받았었다. 클린업에서 원맨이었고, 상대 투수들이 승부를 안 하고 피해갔다. 동료 타자로서 많이 미안했다"고 미안함을 털어놓았다.
김강민은 최근 왼쪽 햄스트링이 좋지 않다. 하지만 참고 뛴다. 그는 "큰 부상은 아니다. 며칠 쉬면 낫는 것인데 며칠 쉬면 시즌이 끝난다. 최대한 안 아프게 조금 더 참으면서 뛰려고 한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이 기시에는 아프다. 내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고 손사래쳤다. 하지만 햄스트링 통증에도 전력질주하는 김강민의 주루 플레이에서 SK의 투혼이 일깨워지고 있다.
SK는 지난 2007년 이후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가을야구 단골 손님이다. 올해는 아직 4위 넥센에 4경기를 뒤져 가을야구가 불투명하다. 김강민은 "그동안 늘 10월에 야구를 해왔다.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면 많이 어색할 것 같다"며 "지금은 다른 팀들을 신경 쓰지 않겠다. 마지막 스퍼트에서 시즌 초반에 못했던 것까지 만회하겠다"는 말로 4강 역전극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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