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3)가 다시 불펜투수로 돌아왔다.
바티스타는 지난 27일 문학 SK전부터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다. 이날 5회부터 깜짝 구원등판한 바티스타는 1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인상적이지 못했지만, 남은 시즌 계속해서 불펜에 힘을 보탤 예정. 갑작스런 바티스타의 보직 전환에는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 차원이라는 속뜻도 숨겨져 있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바티스타가 선발로는 계속 안 좋았다. 경기 초반에 자주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정민철 투수코치가 바티스타의 불펜 전환을 이야기하더라.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정 코치가 바티스타와 잘 이야기했고, 불펜에서 남은 시즌 기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이미 논의를 거쳐 이번주부터 불펜에서 대기하기로 최종 결정헀다.

바티스타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구원투수를 오래 했으니 불펜에서 적응하는 건 문제 없다"며 "내년 시즌 위한 결정이다. 솔직히 말하면 선발로 던지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 선발은 매력적인 보직이다. 하지만 지금은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남은 시즌 더 이상 무리하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바티스타는 올해 7년만에 풀타임 선발로 전환했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시점에서110구 이상 피칭이 6경기 있었고, 4일 휴식 이후 등판도 5경기나 됐다. 바티스타는 "오랜만에 풀타임 선발로 던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피로가 많이 쌓였다. 80~90이닝을 넘어설 때부터 피로감이 몰려와 과부하`상태가 돼 구속도 느려졌다"고 인정했다.
바티스타의 강력한 위닝샷으로 활용된 파워 커브가 줄어든 것도 이와 같은 이유. 그는 "커브 등 브레이킹볼을 많이 던지면 어깨가 더욱 피로해진다. 팔 각도나 스윙이 떨어진 것도 마찬가지"라며 "아픈 건 없다. 다만 몸이 지쳐 있기에 조금 더 휴식이 필요할 뿐이다. 내년을 위해서라면 지금부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바티스타의 시선은 이미 내년을 향해 있다. 그는 "올 시즌을 마치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가 한 달 반이나 두 달 정도 휴식을 취하고 훈련을 하면 나아질 것이다. 내년에는 최소 120이닝 이상 꼭 던지고 싶다. 120이닝으로 잡은 건 피로감없이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이라며 "남은 시즌은 점수차에 관계없이 팀이 원할 때마다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바티스타는 내년에도 한화에서 구원이 아닌 선발로 활약하고 싶은 의지를 분명히 말했다. 전반기 건강한 몸 상태의 바티스타라면 충분히 위력적인 선발이라는 게 증명됐다. 과연 바티스타를 내년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 남은 시즌 불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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