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번타자 김태균(31)이 시즌 아웃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제 시즌이 40일도 안 남은 시점이라 무리하게 복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지난 22일 대전 KIA전에서 주루플레이 중 발목이 꺾여 넘어지는 과정에서 옆구리를 땅에 찧고 말았다. 이 바람에 갈비뼈에 약간의 손상이 간 것으로 밝혀졌다. 조대현 한화 컨디셔닝 코치는 "골 타박이다. 뼈에 금이 간 것은 아니고, 살짝 흠집이 나 벌어진 것이다. 오래갈 수 있는 부상은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화 코칭스태프는 김태균을 굳이 무리시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김응룡 감독은 "한 달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 그러면 시즌이 끝나지 않나"며 "갈비뼈는 타격할 때 힘쓰는 부위가 아니다.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너무 무리시키면 팀도 개인도 손해다. 본인 의지에 달려있지만 아픈 상황에서 잘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는 말로 무리시키지 않을 계획을 드러냈다.

김성한 수석코치도 "갈비뼈는 살짝 금이 가도 참고 뛸 수 있는 수준이다. 굳이 치료를 받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다"며 "그보다 타박으로 입은 부상이 더 커보인다. 아직까지는 정해진 게 없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 지난 뒤 복귀를 판단할 것이다. 본인이 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팀이 포스트시즌 순위 다툼을 할 만큼 급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화는 올해 사실상 최하위가 확정적이다. 남은 31경기에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지만 순위 싸움이 걸려있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부상이 다 낫지 않은 중심타자를 무리하게 쓸 필요가 없다. 올해만 야구하고 말것이 아니라 내년 시즌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한화가 김태균이 빠졌을 때 성적이 오히려 좋다는 사실. 김태균이 갈비뼈 부상으로 결장한 지난 주말 잠실 두산전에서 연이틀 승리하며 시즌 두 번째 3연승을 달렸다. 올해 김태균은 한화의 97경기 중 92경기를 뛰며 5경기를 빠졌는데 이 5경기에서 한화는 3승2패로 패보다 승이 더 많았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김응룡 감독도 "김태균 없이 요즘 잘 하고 있다. 4번타자는 아무나 치면 된다"고 농담하면서도 "주축 선수가 빠지면 몇 경기는 크게 티가 안 난다. 가끔 빠질 때는 오히려 성적이 잘 나온다. 하지만 몇 경기로는 그런 것을 판단할 수 없다. 빠지는 경기가 많을수록 공백이 나타나게 마련"이라며 김태균 공백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한화는 김태균이 엔트리에서 빠진 27일 문학 SK전에서 0-3 영봉패를 당했다. 1회와 7회를 제외한 매이닝 주자들이 출루했으나 병살타가 3개나 속출하며 결정타가 터지지 않았다. 김태균이 중심타선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있었다.
김응룡 감독은 올해 김태균 활약에 대해 "작년보다 타율도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좀 부진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부진한 와중에도 김태균은 시즌 내내 3할 타율을 때리며 무수한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한화가 김태균이 빠졌을 때 더 잘한다는 것은 우스갯소리일 뿐이다. 김태균 없을 때 잘 한다면 김태균 있을 때 더 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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