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개편을 전후로 KBS에서 새롭게 선보일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뚜껑을 열기도 전에 뭇매를 맞고 있다. 공개된 프로그램의 포맷이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과 심각한 유사성을 띄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KBS가 '마마도', '너는 내 운명', '투혼', '바라던바다', '슈퍼독',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출격을 앞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짧게 압축된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예고편만으로 대강의 평가를 마친 모양새다.
이 중 가장 큰 구설에 휘말린 것은 외주제작국에서 준비한 '마마도'다. '마마도'는 김수미, 김용림, 김영옥, 이효춘과 이태곤이 함께 여행을 떠난 모습을 소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중견 여배우들의 거침없는 입담이 예고편을 통해 공개되며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tvN '꽃보다 할배'를 빼다 박은 창의성 없는 모방 포맷이라고 힐난하고 있다.

특히 '할배'가 '할매'로 바뀐 것 빼고는 이순재, 박근형, 신구, 백일섭과 짐꾼 이서진이 떠나는 여행과 차이점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콘셉트는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무작정 따라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또 '사랑의 스튜디오'를 연상시키는 중매 프로그램 '너는 내 운명'과 아빠 혼자 아이를 양육하는 모습을 관찰 카메라로 담아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나 혼자 산다'와 '아빠 어디가'의 주요 콘셉트와 각각 겹치며 유부남들의 일상탈출을 위한 요트 여행기와 경찰 체험기도 '진짜 사나이'의 연장선상에 놓였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가족과 사랑, 공감과 힐링을 키워드로 한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현재 방송가 트렌드라는 것은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 부당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방송가에서는 이러한 키워드를 빼놓고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
또한 앞서 리얼 버라이어티가 트렌드였을 당시의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탑밴드' 외 수많은 집단토크쇼 또한 각 열풍을 타고 동일 선상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다른 길을 걸어가며 각각의 콘텐츠를 생산해낸 것과 '개그콘서트' 등 공개 코미디와 동일한 콘셉트의 '웃찾사', '개그야' 등이 코미디의 축을 세우는 순기능을 하는 것 등에서 모방과 트렌드의 경계를 짚어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방송관계자는 OSEN에 "한 프로그램이 선도적 포맷으로 치고 나가면 다른 비슷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되고 그것이 트렌드가 된다"며 "프로그램의 시작에서 평가를 마치는 것은 위험하다. 후발주자가 같은 포맷에서 어떻게, 얼만큼 발전해나가느냐가 평가의 주안점이 돼야 한다. 모방이 아니라 진화가 이뤄지고 그것이 트렌드화 돼 정착하는 결과물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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