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삼성 라이온즈 투수 신용운(30)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유다.
전주고를 졸업한 뒤 2002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신용운. 2003년 11승 3패 4세이브 11홀드(평균자책점 3.63)를 기록하는 등 전천후 투수로서 KIA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2005년 8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신용운은 1년 뒤 1군에 복귀해 4승 2홀드(평균자책점 0.72)를 찍으며 부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지만은 2009, 2010년 두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는 등 부상 악령과의 사투를 벌였다.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에서 삼성으로 둥지를 옮긴 신용운은 지난 시즌 내내 오른쪽 어깨 및 팔꿈치 재활 훈련에 몰두했었다. 신용운은 눈물겨운 노력 끝에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36경기에 등판해 1승 2홀드 평균자책점은 1.69. 그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 기적에 가깝다.

신용운은 22일 대구 두산전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부상 경력이 많다 보니 그의 1군 엔트리 제외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신용운은 "류중일 감독님을 비롯해 김태한 투수 코치님과 김현욱 불펜 코치님, 그리고 권오경 수석 트레이너님, 김현규 트레이너님께서 투구수와 등판 간격을 철저히 관리해주신 덕분에 부상없이 잘 소화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최근 2군 등판 때 직구 최고 148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다. 신용운은 "1군 때보다 더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아쉬운 게 한 가지 있다. 신용운은 올 시즌을 앞두고 40경기, 40~50이닝을 소화하는 게 목표였다. "목표를 아직 채우지 못해 아쉽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삼성은 분위기가 다르다. 선수들이 야구에 대한 마음가짐이 확실히 다르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승리를 향한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다. 사실 처음에는 삼성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할 줄 알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신용운이 바라보는 삼성 선수단의 분위기다.
기나긴 재활 속에 삶의 목표를 잃었던 신용운은 "처음에 아프고 해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희망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하면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강해졌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래서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른바 '83라인'은 삼성을 이끄는 최대 세력. 이우선, 안지만, 신용운, 장원삼, 권혁, 이동걸(이상 투수), 조동찬(내야수), 최형우(외야수) 등 동기가 무려 9명씩이나 된다. 수 년간 KIA에서 뛰다 삼성으로 이적한 신용운에게는 든든한 지원군. "다들 사이가 정말 좋다. 처음에 이곳에 와서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서로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레 경기 복기를 하게 되고 장단점에 대해 조언해주기도 한다.
내가 친구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나 정말 우승하고 싶다'고. 그럴때마다 친구들은 '여기 있으면 하게 돼 있다'고 대답한다". 신용운은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우승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그런데 분위기를 보니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한국시리즈가 어떤 분위기인지 한 번 만끽해보고 싶다. 그리고 우승 반지도 하나 갖고 싶다".
1위 수성을 위해 중요한 이 시점에 전력에서 이탈하게 돼 미안한 마음이 큰 신용운은 "이번에 올라가면 진짜 죽기 살기로 한 번 해보겠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한국시리즈에서 뛸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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