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소름 끼치는 오싹한 영화들이 가득하다.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달달한 사랑 이야기는 어디로 간걸까.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숨바꼭질'부터 현실공포 '감기', 테러공포 '더 테러 라이브' 그리고 잔인한 '설국열차'까지 보는 이들의 소름을 돋게 만드는 오싹한 영화들이 극장가를 가득 채운 반면,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은 쉽사리 찾아볼 수 없어 영화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8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설국열차'를 필두로 7~8월 극장가는 한국영화 BIG4 덕분에 호황을 맞았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월(月) 2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을 정도. 견딜 수 없는 폭염과 질 높은 영화들의 개봉으로 관객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극장으로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오싹한 영화에 젬병인 관객이나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 가슴 저린 멜로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그저 아쉽기만 하다. 극장이 온통 '공포'로 물들었기 때문.
'설국열차'는 그 내용에 따르는 잔혹함으로 공포를 선사하고 '더 테러 라이브'는 한순간도 놓을 수 없는 긴장 탓에 상영 내내 보는 이들을 긴장케 만든다. '감기'는 실제로 일어날 지 모른다는 현실적인 공포로 관객들을 두렵게 하고 '내 집에 가족 아닌 누군가 살고 있다'는 설정의 '숨바꼭질'은 말할 것도 없다.
여름 극장가에서 통상적으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지난 4월 개봉한 '연애의 온도' 이후 로맨틱 코미디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게다가 지난 해 '도둑들' 등의 영화로 가족 관객들이 쉽게 극장을 찾을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올해는 오로지 '공포' 뿐이다.
이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지니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주로 10대와 20대 관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로맨틱 코미디는 아무래도 중년층 관객을 흡수하기 힘들기 때문에 흥행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로맨틱 코미디를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극장가에 내보낸다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 되는 것.
이에 한 영화계 관계자는 "로맨틱 코미디는 아무래도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타깃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잘해도 100만 정도의 흥행밖에는 거두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 '추격자',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등 충무로를 관통해온 '스릴러는 된다' 공식 역시 스릴러 장르의 봇물을 가져온 이유 중 하나다. '추격자' 흥행 이후 충무로에는 비슷한 스릴러물이 쏟아져 나왔고 또한 한국영화 르네상스시대의 시발점이었던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성공, 그리고 최근 '신세계'의 성공까지 관객들이 스릴러 장르에 반응하면서 스릴러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여기에 적은 제작비가 더해지면 작은 돌멩이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영화계에선 꾸준히 스릴러물을 제작 중이다.
이에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관객들은 자극에 민감한 편이다. 그런데 스릴러 영화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기도 하고 반전이라던지 긴장감 등 자극적인 요소들이 필수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중이 스릴러에 대해 선호를 표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현실에서 정말 일어날법한 일들을 다루고 있는 것 역시 자극을 주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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