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존폐가 달렸다.”
성남 일화는 2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25라운드에서 강원 FC를 맞았다. 단순한 한 경기가 아니었다. 승점 34점으로 8위인 성남이 상위 스플릿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강원을 잡아야 했다.
더욱이 성남은 최근 안산시로 연고이전설에 휩싸였다. 그런데 안산시의 사정도 썩 여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안산시마저 돌아선다면 K리그 최다우승팀 성남 일화라는 이름은 영원히 지워지고 명맥도 끊어지게 된다.

경기 전 성남의 라커룸은 분위기가 비장했다. 선수들은 마치 콜로세움에 나가는 검투사와 같은 표정들이었다. 안익수 감독은 “선수들에게 ‘팀의 존폐를 막지 못한 오명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축구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현장에 충실해 비즈니스 창출을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당장 성남이 상위 스플릿에 진출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명문구단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야 스폰서나 인수자도 나타날 수 있다. 안 감독은 “결국 갑이 달라져야 한다. 을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안 감독의 마음이 전해졌을까. 안 감독은 “요즘 선수들 눈빛이 달라졌다. 남은 2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담담히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좋은 경기로 팬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며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마치 배수진을 친 장수의 심경이었다.
정신무장은 통했다. 성남은 후반 23분 터진 기가의 결승골과 후반 44분 김동섭의 추가골로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같은 시간 부산은 제주에 1-2로 덜미를 잡혔다.
이제 성남(+4)은 부산(+5)과 승점이 37점으로 같지만 골득실에서 한 골 뒤진 8위를 유지했다. 성남은 2일 경남 FC전 결과에 따라 상위 스플릿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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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일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