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만화를 보면 최하위에 처져 있던 팀이 온갖 역경을 딛고 정상에 오르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올 시즌 LA 다저스가 그런 만화를 쓰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귀환이라고 할 만하다.
LA 다저스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리키 놀라스코의 8이닝 무실점 역투에 힘입어 4-0으로 이겼다. 전날(28일) 패배를 설욕하며 78승55패(.586)를 기록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따놓은 분위기다. 벌써 매직넘버를 세는 현지 언론도 있을 정도다.
다저스는 6월 23일까지 30승42패로 내셔널리그 최하위에 처져 있었다. 엄청난 몸값의 스타 선수들은 부상에 시달렸고 이에 따라 팀 전체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돈으로는 승리를 살 수 없다”라는 격언이 떠오르는 듯 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6월 23일을 기점으로 MLB 역사에 남을 만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정말 ‘만화’같은 일이다.

지난 20번의 시리즈에서 위닝시리즈만 15번을 기록한 다저스는 6월 23일 이후 48승13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미 프랜차이즈 신기록은 갈아 치웠다. 연승에 대한 피로감이 있을 법도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도 크게 주춤거린 적이 없다. 다저스는 올스타전 이후 31승8패를 기록했고 8월에도 21승6패를 기록했다. 다저스가 한 달에 21승을 거둔 것은 지난 2006년 8월(21승7패)이 마지막이었다.
다저스의 귀환은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그래서 더 만화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901년 이후 5할 이하 팀 중 승패차가 -12 아래였던 팀이 +22 이상까지 올라오면서 5할 승률을 회복한 사례는 단 두 번 있었다. 1914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16 -> +35), 그리고 2009년 콜로라도 로키스(-12 -> +24)다. 다저스가 세 번째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추세만 보면 2009년 콜로라도의 전례는 가볍게 뛰어넘을 기세다.
역시 마운드의 공이 크다.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류현진, 리키 놀라스코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경기를 만들어주고 있는 가운데 시즌 초반 골칫거리였던 불펜도 안정감을 찾았다. 8월 다저스의 평균자책점은 2.11로 이는 다저스 월별 역사에도 6위에 해당되는 호성적이다. 타선도 푸이그의 가세, 그리고 부상자들이 돌아온 뒤 완전히 살아났다. 다소간 들쭉날쭉하는 감은 있지만 꾸준히 승리를 위한 득점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적은 현재진행형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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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