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대 이하의 반응과 성적을 얻은 두 편의 작품을 꼽자면 스크린에서는 '감기', 브라운관에서는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감기'는 '연가시'의 흥행을 재연할 것으로 야심차게 만들어진, 기대를 모은 올 여름 기대작이었지만 300만명에 못 미치는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재난 블록버스터인 '감기'는 어느 영화에 견줘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출연진을 자랑했다. 장혁, 수애 등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지닌 굵직한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고 여기에 유해진, 마동석, 이희준, 김기현 등 이른바 충무로 대세들인 탄탄한 조연들이 합류했다. 아역배우 박민하는 보기 드문 연기력을 펼쳐냈다.

하지만 알맹이가 이 배우들을 따라가지 못한 모양새다. 전체적 평가로는 평작에 머문다 하더라도, 재난영화가 지니는 고유의 긴장감이 한없이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극박한 상황에서도 몰입이 안 되는 캐릭터, 개연성 없는 인물의 행동이 배우와 혼연일치 되지 않았다. 실제로 극이 유기적인 흐름이 부족해 계속 몰입을 방해하고 영화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는 관객 반응이 많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섬세한 연기가 충분히 가능하고 그 연기력을 이미 입증받은 배우들이지만, 구태의연하고 불분명한 캐릭터에 역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는 예측이다.
그런가하면 현재 방송 중인 '불의 여신 정이'는 MBC 사극불패를 최근 무너뜨린 작품으로 튀는 편집, 감정선을 살리지 못하는 스토리 등 대본과 연출에서 총체적인 문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드라마는 절반을 넘겼지만 처음보다 떨어진 시청률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렇다 할 명장면-명대사 같은 이슈도 없다. 앞서 MBC 사극 '구가의 서'와 비교했을 때 배우 신드롬 역시 전무하다.
독하게 관리해 돌아온 문근영과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로 국민 사위 반열에 오른 이상윤의 인기가 무색하다. 문근영은 SBS 사극 '바람의 화원'으로 그 해 연기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자타공인 사극의 여왕이었고, 남장 연기까지 시도했지만 드라마의 무게에 눌려 큰 반향은 얻지 못하고 있다. 이상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훈남' 포스로 무장했으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아두기에는 버거운 모습이다.
여기에 '불의 여신 정이'는 이광수, 김범, 박건형, 전광렬 등 개성파, 꽃미남파, 연기파를 아우르는 다양한 조연이 가세했음에도 드라마를 띄우는 데는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연기력 논란은 대본에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그래도 이런 논란에 휘말린 배우가 없다는 것은 일면 다행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어느 부분을 집중해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법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배우들이 아깝다'라는 것이 중론인 작품들이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