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선배께서 제 첫 승 때 회식을 하기로 했는데 계속 원정 일정이 이어져서 하지 못했어요. 3승 때는 선물도 주신다고 하시던데”.(웃음)
보면 기분 좋아지는 얼굴이 있다. 앞모습은 개그맨 양배추와 비슷한데 옆모습은 가수 허각과 판박이. 입담도 좋다. 그런데 투수로서 좋을 때 구위는 무지막지하다. 확실히 제구를 잡지 못하고 달아나는 피칭을 하던 전반기 대신 도망가기보다 과감하게 자기 공을 던지고자 노력한다. NC 다이노스 미래의 에이스 좌완 노성호(24)는 조금씩 자신의 위력을 스스로도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화순고-동국대를 거쳐 지난해 NC 우선지명으로 이민호와 함께 일찌감치 선택을 받은 노성호는 올 시즌 34경기 2승6패2홀드 평균자책점 6.57을 기록 중이다. 기록만 보면 시행착오를 겪는 유망주 투수의 그것. 그러나 그가 최근 따낸 2승이 모두 디펜딩 챔프 삼성을 상대로 거둔 선발승이다. 선두 잡는 새로운 킬러다.

18일 삼성전서 8이닝 5피안타 1실점 쾌투를 펼치며 데뷔 첫 승을 거둔 노성호는 지난 28일 대구 삼성전서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두 번째 승리를 수확했다. 첫 승 때에 비해 구위 등은 아쉬움이 있었으나 운도 따랐고 투수 본인이 잘 던지면서 승리 투수가 되었다.
“컨디션이 솔직히 안 좋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한 타자 한 타자 전력투구하는 데 집중했지요. 야수들의 도움도 컸고 운도 정말 좋았어요. 첫 승 때는 제 스스로 봐도 공 자체가 괜찮았었는데”. 두 번째 선물을 야수진과 하늘이 줬다고 겸손해 한 노성호다.
“시즌 초반에는 볼넷이나 안타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스스로 당황했는데 지금은 그냥 ‘누상에 보내지 말자’ 그 정도랄까요. 조금씩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익혀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각 팀 클린업트리오는 어려워요”.
“성호는 너무 믿으면 안 돼”라는 농을 던지면서도 김경문 감독은 “백스윙 때 팔이 올라오는 각이 다소 아쉽기는 해도 그 이후의 동작이 좋아서 볼 끝이 살아온다”라는 말로 노성호를 쓰는 이유를 밝혔다.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안 쓸 수가 없다. 전반기 달아나고 몰려 맞다 위기를 자초하던 노성호는 어떻게 챔프 킬러가 되었을까.
“투수가 10번을 던졌을 때 타자가 3번 안타를 때려내면 잘 한다고 하잖아요. 그럼 아웃되는 경우가 7번이니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과감하게 던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치고 죽고 치고 죽고 이런 식으로. 어떨 때는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운도 따르니까요”. NC에도 ‘노긍정’ 선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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