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불일치포’, 김현수의 팔로 스윙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8.30 22: 33

“힘이 넘치네요. 그런데 꼭 연습 때 이런 타구 나오면 실전에서는 땡이던데”.
언행불일치의 극치. 경기 전 배트 손잡이만 남기고 부러진 방망이로 파울홈런을 때려낸 뒤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진짜 실전에서는 비슷한 코스로 공을 때려냈다. 방망이는 부러지지 않았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홈런이 되었다. ‘타격 기계’ 김현수(25, 두산 베어스)가 언행불일치포로 팀의 NC 2연전 싹쓸이에 공헌했다.
김현수는 30일 마산 NC전에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3-4로 뒤지던 7회초 1사 2루서 상대 두 번째 투수 임창민의 5구 째 직구(145km)를 제대로 당겨쳤다. 이는 우측 담장을 넘어 관중석 중앙에 꽂히는 역전 결승 투런으로 이어졌다. 시즌 14호 아치이자 팀의 5-4 역전승을 이끈 결정적인 홈런포였다.

사실 경기 전 김현수는 괴력을 발산했다. 경기를 앞두고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에 집중했다. 순간 우측 폴대를 살짝 빗겨난 파울홈런이 나왔는데 그와 함께 1루 베이스 쪽으로 방망이가 날아갔다. 자세히 보니 이는 부러진 방망이였고 김현수의 오른손에는 배트 손잡이만 남아있었다.
방망이를 손잡이만 남기고 부러뜨리고서도 꽤 큰 파울홈런을 때려내는 ‘푸이그급 괴력’을 보여준 김현수. 손잡이만 남기고 배트가 부러졌음에도 타구가 담장을 넘겼다는 것은 타격 후 끝까지 팔을 끌고 가는 팔로 스윙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임팩트 순간 바로 놓는 것이 아니라 타구에 힘을 쭉 끌고갔다는 증거다.
“힘이 넘쳐나네”라고 웃으며 새 방망이를 가지러 라커룸으로 들어간 뒤 새 방망이를 가지고 나왔다. 정작 김현수는 “경기 전에 이런 타구 나오면 실전에서는 땡이더라”라며 웃었으나 경기는 말과 반대로 흘러갔다. 아까운 파울홈런이 아닌 진짜 홈런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전에서는 땡’이라던 김현수의 엄살은 제대로 된 언행불일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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