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러나 100%가 아닌 컨디션으로도 트리플A 무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임창용(37, 시카고 컵스)의 메이저리그(MLB) 승격 시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일단 첫 보직은 오른손 타자를 잡는 킬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팔꿈치 수술 재활을 거쳐 마이너리그에서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밟고 있는 임창용은 9월 엔트리 확대 때 MLB 승격의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열린 LA다저스와의 3연전 취재차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컵스 담당 기자들은 “엔트리 확대 때 마이너리그에서 몇몇 투수들이 콜업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리플A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임창용도 그 후보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컵스 산하 트리플A 아이오와에 소속되어 있는 임창용은 9경기에서 9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96의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중간에 오른 어깨 통증으로 잠시 빠지기도 했으나 그 후 2경기에서 2이닝 동안 삼진 4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막아 큰 문제가 없음을 입증했다.

아직 몸 상태는 100%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한국프로야구 소식을 전하는 ‘MyKBO.net’의 동영상에서 28일 등판 당시 임창용은 대부분 90마일대 초반의 직구를 던졌다. 마지막 타자 올란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의 마지막 공 구속이 93마일(150㎞)을 찍었다. 한창 좋을 때의 구속보다는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구속이 빠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임창용은 세 타자를 가볍게 틀어막았다. 임창용의 구위에 밀려 파울도 자주 나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임창용이 우타자에게 절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드암인 임창용의 특성이 미국에서도 통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날도 세 명의 우타자를 상대로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바깥쪽 직구의 로케이션도 좋았고 공의 움직임도 괜찮아 보였다. 구위에 생소함까지 갖춘 임창용에게 트리플A급 타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실제 임창용은 트리플A 레벨에서 우타자를 상대로 5푼6리의 절대적으로 낮은 피안타율을 보여주고 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250)보다 훨씬 낮다. 마이너리그 무대를 다루는 몇몇 시카고 언론에서는 이미 임창용에 대해 “우타자에게 공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 이날 현지 중계진도 “우타자를 상대로 완벽한 틀(frame)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매커니즘상으로 우타자에게 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컵스의 중간계투진은 여러 부문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4.25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내셔널리그 14위에 해당된다. 컵스 팀 전반적으로 우타자를 상대로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올 시즌 컵스 전체 투수들은 우타자 상대로 2할5푼3리의 피안타율을 기록 중이다. 좌타자(.237) 상대 피안타율보다 높다. 우타자에 강한 면모를 선보이는 임창용의 가치가 주목받을 수 있다. 정황상 올 시즌 내 승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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