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멀리 일본 오키나와까지 날아온 ‘니베아 맨 올스타팀’은 비록 오키니와 연합팀에 4-20으로 크게 패하기는 했지만 이기고 지는 것보다 소중한 그 무엇을 얻었다. 바로 ‘열정’과 ‘잠재력’이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올해 4회째를 맞는 ‘니베아 맨 컵 전국생활체육야구대회’(www.nmbaseball.co.kr)는 처음부터 선수들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는 스페셜 이벤트를 기획했다. 국내에서 본 대회를 치르고 그 과정에서 올스타팀을 선발해 사회인야구 강국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한일 교류전을 갖자는 것이었다.

사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었다. 한국에서 사회인야구를 즐기는 이들은 모두 생업을 갖고 있는 생활인이었다. 그들에게 2박3일간의 해외 원정경기 스케줄을 뽑아내는 일은 만만치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뭉친 이들 앞에 스케줄을 염려한 것은 기우였다. “팀이 있고 야구장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월차를 모아두기도 하고 자영업을 하는 이들은 아예 생업을 제쳐두고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탔다.
올해 선수로서는 마지막 여행을 왔다는 민재중(로턱스)은 “현역 선수로 뛰기에는 체력적 부담이 너무 커져서 이번 대회가 선수로서는 마지막 참가 대회가 될 듯하다. 이제 팀에 돌아가면 스태프로 활동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야구 선수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아빠가 이만큼 야구를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대회 참가 소감을 밝혔다.
42세의 산업 디자이너인 민재중은 30일 벌어진 오키나와 연합팀과의 경기에서 15점차로 뒤지고 있던 6회, 니베아 맨 올스타팀에 추격의 2점을 선물한 주인공이다. 민재중이 올린 2점은 니베아 맨 올스타팀이 얻은 첫 점수였고 경기 후반부 팽팽한 승부를 펼칠 수 있게 한 발판이었다.
연예인 야구단 ‘조마조마’에 소속 된 노현태는 올스타팀의 강력한 분위기 메이커였다. 1999년 ‘거리의 시인들’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했고 지금도 음반작업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노현태는 올스타팀의 선두타자이자 팀의 마무리 투수로서, 선수출신들로 구성 된 ‘오키나와 연합팀’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투지를 보였다. 개그맨 뺨치는 다양한 탤런트를 지닌 노현태는 “음반을 만들어 놓고도 야구에 미쳐 제대로 활동을 못한 래퍼”라고 우스갯소리로 자신을 소개할 만큼 야구 열정이 남다르다.
니베아 맨 올스타팀이 오키나와에서 확인한 또 하나는 ‘잠재력’이다. 니베아 맨 브랜드가 추구하고 있는 슬로건이 ‘남자의 잠재력을 깨워라’인 것처럼 올스타팀이 오키나와 교류전에서 얻어가는 것도 바로 ‘잠재력’이었다.
오키나와 연합팀은 일본 프로야구 선수 출신을 비롯해 고교와 대학에서 야구 선수로 활동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워낙 실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한국 사회인 리그에서도 야구협회에 선수로 등록 된 적이 있는 ‘선수 출신’은 처음부터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출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대회를 운영할 때 반드시 확인하고 가야 할 매우 중요한 절차이며 때로는 심각한 시빗거리가 되기도 한다.
니베아 맨 올스타팀의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섰던 임승태(덴탈코마스)는 “우리 타자들이 상대 투수의 스피드를 처음 경험해 봤다. 족히 시속 130km는 넘어 보이는 공을 뿌려댔는데 우리나라 사회인야구에서 저 정도 공을 던지는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 된 ‘니베아 맨 올스타’ 처지에서는 프로수준의 구질을 갖고 있는 오키나와 마운드가 난공불락처럼 보였다.
그러나 투구 스피드는 결국 언제 익숙해지느냐의 문제였다. 6회 이후 공이 눈에 익기 시작하면서부터 오키나와 연합팀도 ‘해볼만한 팀’이 돼가고 있었다. 점수차는 크게 났지만 양팀의 안타 수는 14 대 10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 정도 공을 ‘처음 봤을 뿐’이지 공략 못할 공은 아니었다.
올스타 팀의 문순환 감독(챔피언스)은 “9이닝 정식 경기 경험조차 많지 않은 선수들이었다. 그렇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지를 불살랐다. 경기 후반부로 가면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그 과정에서 선수들은 자신감과 잠재력을 찾아가고 있었다”고 경기 내용을 평가했다.
한국의 사회인야구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야구장 시설은 논할 것도 없고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는 구장조차 없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게 현실이다. 오키나와 교류전을 통해 일본 사회인야구의 넓은 저변과 높은 기량을 뼈저리게 느끼며 한없이 부러운 마음도 생겼다.
그러나 ‘니베아 맨 올스타팀’ 멤버들의 마음에 더 크게 자리잡은 것은 야구에 대한 열정과 그 열정을 빛나게 해 줄 잠재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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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베아 맨 올스타팀’과 ‘오키나와 연합팀’이 30일 저녁 오키나와 나하 셀룰러스타티움에서 9이닝 정식경기를 마치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