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의한 수비 태도로 논란을 일으켰던 야시엘 푸이그(23, LA 다저스)가 화끈한 속죄의 경기를 펼쳤다. 자신에 대해 조금은 삐딱해진 시선을 다시 환호로 바꿔 놓는 맹활약이었다.
푸이그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선발 우익수 및 1번 타자로 출전했다. 사실 메이저리그(MLB) 데뷔 이후 다저스의 중심타자 중 하나로 발돋움한 푸이그가 선발로 출장한 것은 별 논란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지난 29일 경기의 교체 때문이었다.
푸이그는 29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5회 대수비 슈마커로 교체됐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경기 후 교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피했지만 4회 수비 상황에서의 무성의한 태도라는 추측이 줄을 이었다. 최근 들어 푸이그에 대한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었던 미 언론들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여론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푸이그가 잘못했다”라는 분위기였다.

그랬던 푸이그는 이날 스타팅 라인업에 복귀했다. 경기 전 매팅리 감독은 “푸이그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의 관계에는 별 문제가 없다. 나는 푸이그를 좋아하고 그는 훌륭한 선수”라고 감싸 안았다. 이날 푸이그는 선발 우익수 및 1번 타자로 출전했다. 상대 투수가 왼손 스털츠임을 감안해 칼 크로포드와 자리를 맞바꿔 리드오프의 중책까지 맡았다.
전 경기에서 문책성 교체에 정신이 번쩍 들었을까. 아니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간파한 푸이그의 집중력이 예민해졌을까. 푸이그는 이날 맹활약을 선보였다. 1회 중전안타로 출루한 푸이그는 크로포드의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평범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유난히 빛나 보였다. 그리고 크로포드의 유격수 땅볼 때는 영리한 플레이까지 선보였다. 타구 앞에 서 공을 가렸고 결국 시선이 가린 세데뇨가 공을 더듬는 사이 크로포드가 1루에서 살았다.
1-1로 맞선 2회 2사 2루에서는 유격수 키를 살짝 넘기는 좌전 안타를 쳤다. 2루 주자 류현진의 ‘폭풍 질주’ 덕에 푸이그는 타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4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스털츠의 공을 힘껏 잡아 당겨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렸다. 비록 잔루로 기록됐지만 푸이그는 힘이 넘쳐 보였다.
푸이그는 7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후 도루를 허용하지 않으려던 배스와 견제 실랑이를 벌이던 푸이그는 기어코 2루를 훔치며 다저스타디움을 열광케 했다. 푸이그는 이후 라미레스의 적시타 때 여유있게 홈을 밟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다저스타디움의 관중들도 푸이그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최종 성적은 5타수 4안타. 지난 지각 논란 때도 극적인 홈런으로 속죄했던 푸이그가 다시 한 번 실력으로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skullboy@osen.co.kr
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