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만원관중 열광시킨 투혼의 슬라이딩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8.31 14: 21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박수가 한 선수에게 쏟아졌다. 바로 류현진(26, LA 다저스)이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가장 박수의 소리가 컸던 장면이 투구가 아닌, 주루에서 나왔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류현진의 투지는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류현진은 31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8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3승(5패)째를 따냈다. 지난 2경기에서 내리 지며 승수 쌓기에 실패했던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15승’에 대한 욕심도 내볼 수 있게 됐다. 팀 내 공동 최다승 자리에도 올라섰다.
투구도 투구였지만 타석에서도 또 한 번 빛난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0-1로 뒤진 2사 2루에서 첫 타석을 맞이했다. 상대 선발 에릭 스털츠와 풀카운트 실랑이를 벌인 류현진은 7구째 직구가 몰리자 이를 자신있게 잡아 당겨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터뜨렸다. 다저스타디움이 환호로 뒤덮였다. 류현진의 타구는 담장 앞까지 굴러갔다. 투수가 저렇게 큰 타구를 날리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류현진의 진가는 방망이에서 끝나지 않았다. 주루도 기다리고 있었다. 류현진은 이어진 2사 2루에서 푸이그의 타구가 유격수 키를 살짝 넘겨 좌익수 앞에 떨어지자 3루를 밟고 홈으로 내달렸다. 사실 중견수의 송구가 비교적 정확해 아웃될 가능성이 높은 타구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렸고 마지막 순간에는 슬라이딩으로 홈을 덮었다.
스스로 노력한 자를 도왔던 것일까. 송구를 포수 헌들리가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며 류현진은 홈에서 살았다. 이날의 결승점을 올린 셈이 됐다. 투수가 몸을 사리지 않고 슬라이딩을 한 것에 대해 다저스타디움의 만원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당시 슬라이딩의 흔적이 남아 있는 흙 묻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이 투혼의 힘이 마운드에서도 6⅓이닝 1실점의 호투로 이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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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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