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박지성’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김보경(24, 카디프 시티)이 EPL 데뷔시즌서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카디프 시티는 1일 홈구장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라운드에서 에버튼과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카디프 시티는 2연승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승점 1점에 만족했다.
김보경은 3경기 연속으로 카디프 시티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출장해 82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었다. 김보경은 중앙에서 공격에 가담하는가 하면 어느새 측면으로 이동해 상대를 압박했다. 대포알 같은 슈팅을 날린 후 상대 공격진을 에워싼 것도 그였다. ‘산소 탱크’라는 별명의 선배 박지성을 연상시키는 엄청난 활동량이었다.

근성도 남달랐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왜소한 김보경은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공을 포기하지 않고 태클을 시도했다. 자신보다 16cm가 더 큰 마루앙 펠라이니(26, 194cm)와의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먼저 어깨를 집어넣으며 싸움닭처럼 달려드는 김보경에 서양선수들도 혀를 내둘렀다. 로스 바클리의 태클에 과격하게 넘어진 김보경은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섰다.
여드름 자국이 선명한 앳된 얼굴에 붉은색 유니폼에 새겨진 13번까지. 김보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시절 박지성을 연상시켰다. 마치 박지성이 보여준 EPL의 성공공식을 그대로 공부하는 모범생 같았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경기 중 말키 매케이 카디프 시티 감독은 김보경을 급하게 불러 통역을 거쳐 의사소통을 했다. 김보경의 영어구사능력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박지성처럼 경기 중 급박한 상황에서 바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 김보경은 결정적인 순간 동료와 다소 호흡이 맞지 않았다. 폭발적인 드리블 후에 내주는 패스는 아주 좋았다. 다만 약간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결정적인 순간 동료들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타이밍이 다소 맞지 않았다.
물론 김보경은 EPL데뷔 후 겨우 3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현재 그의 상승세를 감안할 때 박지성처럼 충분히 문제를 극복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보경에게서 박지성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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