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우후죽순 우투좌타, 좋지만은 않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9.01 07: 50

“(민)병헌이가 정상적인 타자지요. 다만 우투좌타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오른손 타자가 희귀해보이는 것 뿐입니다”.
스포츠 종목 중 왼손잡이가 가장 높게 평가받는 종목은 무엇일까. 농구의 경우는 왼손잡이 슈터가 블록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만큼 각광받을 수 있고 배구의 경우 라이트 포지션을 왼손잡이가 소화하기 쉬운 만큼 좀 더 우대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메리트가 큰 종목은 야구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왼손잡이가 희귀한데다 타자는 오른손 투수의 공을 마중 나가듯 공략할 수 있고 투수는 투구폼을 통한 타이밍, 투구 궤적의 희귀성으로 높게 평가받는다.
그러나 막연하게 오른손잡이를 왼손 타자로 바꿨다가 빛을 못 보고 야구 인생이 끝나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우투좌타 중 한 명인 ‘타격 기계’ 김현수(25, 두산 베어스)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일말의 우려를 나타냈다.

김현수는 올 시즌 고질화된 발목 부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겪으면서도 102경기 3할1푼2리 14홈런 79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타선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활약 중이다. 현재 두산 타선에서 투수에게 가장 큰 두려움을 주는 타자는 바로 김현수. 그만큼 김현수의 존재감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지난 8월30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김현수는 자신이 우투좌타로 바꾼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쌍문초교 2학년 시절 일찍 야구에 입문한 김현수는 초등학교까지 스위치 타자로도 뛰었으나 중학교 진학 후 우투좌타로 뛰었다.
“스위치타자는 오른손-왼손 양 타석에서 모두 훈련해 힘들었다”라고 밝힌 김현수는 “오른쪽 눈이 주된 눈이라서 오른쪽 타석보다는 왼쪽 타석에 서는 것이 오히려 낫기 때문에 정확성은 왼쪽 타석이 낫다. 힘은 오른 타석에 나서는 것이 좋겠지만 그랬다면 컨택 능력이 떨어져 지금은 군대에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왼손 타자의 희귀성으로 인해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우투좌타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부터 아마추어 야구에서도 우투좌타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안타 제조기’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가 일본의 대표적인 우투좌타. 우리나라도 박용택(LG)을 비롯 뛰어난 우투좌타 선수들이 있고 오래 전부터 유망주들 가운데서는 오른손잡이 임에도 왼쪽 타석에 들어서 투수를 상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순간 오른손타자가 점차 희귀해지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일단 발이 빠른 타자가 좌타에 들어서면 두 발 정도 절약할 수 있는 만큼 내야안타도 많이 양산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오른손잡이를 좌타자로 전향시켰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주된 손이 아닌 만큼 좌타석에서 우타석만큼 힘을 내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 그래서 아마추어로 눈을 옮기면 적응 실패로 오른손 타자로 돌아가거나 아예 야구를 접는 경우를 의외로 자주 볼 수 있다. 현역 야구 선수이자 야구인으로서 김현수는 개인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우투좌타 전향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치로가 단타 후 빠른 발을 앞세운 우투좌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오른쪽 타석에서는 손쉽게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좋은 힘을 갖추고 있잖아요. 기본적으로 좋은 힘을 갖춘 선수라면 좌타석에서도 힘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겠지만 주된 손과 반대 손 힘의 편차를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힘이 갖춰져야 우투좌타로도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마침 절친한 동기생 민병헌이 곁에 있었다. “민병헌이 이제는 희귀한 우투우타이지 않은가”라고 묻자 김현수는 “병헌이가 희귀한 타자가 아니라 정상적인 타자인거지요”라며 웃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인 마을에 거인이 가면 말 그대로 거인이지만 거인이 가득한 곳에서는 그냥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인 이치랑 똑같은 것 같아요. 엄밀히 따지면 병헌이는 정말 정상적으로 뛰고 있는 겁니다”. 개인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대세만 따르는 추세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김현수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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