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남 종박’, 암환아에게 선물한 희망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9.01 07: 48

경기 개시 직전 폭우로 인해 우천 연기된 8월31일 잠실 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전. 경기는 치러지지 않았으나 암으로 투병 중인 한 소년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종박’ 이종욱(33, 두산 베어스)이 림프종(임파선암)으로 투병 중인 한건 군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한 군은 지난 8월31일 두산-삼성전 시구자로 잠실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대체로 시구자의 공을 받는 이는 그날 홈 팀의 주전 포수가 대부분. 그런데 이번에는 중견수 자리에 있어야 할 이종욱이 홈플레이트 근처에 앉아 한 군이 던진 공을 받은 뒤 공을 건네주며 따뜻한 말을 건넸다.
지난 4월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한 군은 다리가 아파 집 근처 병원에 갔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에 한 대학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한 군은 림프종 판정을 받았다. 어릴 적 어머니와 헤어지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한 군.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고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우선인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병마까지 찾아들었다. 아들의 암 판정으로 인해 보호해야 하는 만큼 한 군의 아버지도 생업에 전념하기는 힘든 상태였다.

다행히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서 한 군을 치료비 지원으로 돕고 있다. 그리고 병마와 싸우는 한 군에게 희망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야구. 7세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던 한 군은 이종욱의 열렬한 팬이다. 항상 이종욱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던 한 군의 사연을 부천시청 사회복지사인 신명숙씨가 구단 홈페이지에 게시하면서 뜻깊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 8월9일 한 군의 집을 방문해 환담을 나누며 야구장으로 초대하겠다고 약속한 이종욱. 사실 몸이 아픈 소년인 만큼 한 군의 시구는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으나 다행히 소년은 밝은 모습으로 이종욱의 글러브를 향해 공을 던졌다. 이종욱은 그 어떤 것보다 힘든 싸움을 펼치고 있는 한 군에게 “형이랑 약속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더 아프지 말고 힘들어도 함께 이겨내자”라며 기를 불어넣었다.
프로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 팬들은 때로는 질타도 하지만 응원으로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는다.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입장이던 이종욱은 자신의 플레이를 보며 힘을 얻는 암 환아에게 더욱 큰 힘을 불어넣었다. 8월31일 잠실구장은 그 값진 피드백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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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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