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면 한다’ 류현진의 승부사 본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9.01 07: 46

경기장 밖에서는 항상 웃는 표정의 류현진(26, LA 다저스)이다. 장난도 잘 친다. 하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누구 못지않은 ‘승부사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자존심도 강하다. ‘한다면 하는’ 남자다. 이런 류현진의 기질이 또 한 번 드러났다.
류현진은 31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6⅓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허용했으나 위기를 잘 넘기며 1실점으로 호투, 시즌 13승(5패)째를 따냈다.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와 함께 팀 내 다승 공동 선두로 치고 나갔다. 후반기에만 6승을 수확해 이 부문에서도 내셔널리그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에서 유난히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이 바로 1회였다. 류현진은 올 시즌 1회에 그다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25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서도 그랬다. 1회에만 홈런 한 방을 포함해 4실점하며 경기가 어렵게 풀렸다. 류현진은 이 경기 후 ‘1회 징크스’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고 “초반부터 코너워크에 신경을 쓰겠다”라고 다짐했다.

대답에는 여유있는 미소가 흘렀지만 이는 류현진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법했다. 류현진은 스스로 이야기하듯 이닝이 거듭되면서 더 좋은 구위가 나오는 유형의 투수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기에 1회부터 전력으로 던지는 경우도 별로 없었다. 한화 시절부터 고독한 에이스로 지내며 몸에 밴 습관이라고도 할 만하다. 하지만 31일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이 없었다. 1회부터 전력투구를 했다.
보통 류현진은 1회 80마일 후반대에서 90마일(144.8㎞) 정도의 직구를 던졌다. 이닝이 지나면서 구속을 끌어올려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1회부터 최고 94마일(151.3㎞)을 던졌다. 공 한 개가 그런 것도 아니었다. 과감한 직구 승부로 샌디에이고 타선을 공략했고 대부분 93~94마일의 구속이 찍혔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지만 류현진이 그만큼 1회에 신경을 썼다는 증거다. 결과는 삼자범퇴였다.
류현진도 경기 후 “1회에는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았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인터뷰 내내 미소가 흘렀던 류현진이지만 이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류현진은 “좀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오늘은 1회부터 강하게 던진다는 생각이었다”라고 했다. 주위에서 말하는 ‘1회 징크스’를 깨기 위해 스스로 이를 악물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럴까. 1회를 잘 넘긴 것에 대해 류현진은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7년을 보내긴 했지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엄연한 루키 신분이다. 여러 가지 난제를 만날 수밖에 없다. 실제 몇 차례 좌절도,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그 때마다 영리하게 난국을 타개하고 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심지가 그 근본에 깔려 있다. 류현진이 올 시즌 벌써 13승을 올리며 순항할 수 있는 이유이자 앞으로의 안정감 있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skullboy@osen.co.kr
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