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도무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러브라인일 게다.
‘스캔들’은 건물 붕괴 사고로 인해 벌어지는 복수와 그 이후의 삶, 그리고 상처와 극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형사 하명근(조재현 분)이 극악무도한 장태하(박상민 분)로 인해 아들을 잃은 후 태하의 아들이자 하은중으로 살고 있는 은중(김재원 분)을 납치하면서 꼬이고 꼬인 악연이 주된 이야기다.
‘스캔들’은 다른 주말드라마와 달리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이 전면에 드러나진 않고 있다. 특히 하은중과 수면 아래 있던 사건의 진실이 떠오르게 되는 이유인 우아미(조윤희 분)의 관계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현재 이 드라마는 은중이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명근이 사실은 납치범이고, 자기가 죽도록 잡고 싶어했던 악의 축인 태하가 친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의 고통스러운 과정이 쉴새 없이 펼쳐지고 있다. 처음에는 복수심으로 시작됐지만, 납치라는 죄를 짓고 평생 상처를 입고 사는 명근과 모성애 때문에 고아인 장은중(기태영 분)에게 상처를 남긴 어머니 윤화영(신은경 분)의 갈등, 사랑에 대한 갈구 때문에 점점 양아버지 태하와 같은 악마 본성이 드러나고 있는 장은중과 진짜 은중인 하은중의 갈등 등 이 드라마가 쏟아내야 하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때문에 초반 시청자들의 기대를 갖게 했던 하은중과 아미의 러브라인은 좀처럼 진전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미는 태하 때문에 남편을 잃은 후 형사가 된 하은중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울분을 극복하는 중. 초반 이 드라마는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하은중이 무심한 듯 보여도 아미를 챙기는 모습이 향후 펼쳐질 러브라인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상황.
하지만 아직까지 두 사람의 관계에는 사랑의 감정이 파고들지 못한 모양새다. 지난 달 31일 방송된 19회는 하은중이 아미에게 형사가 아닌 이름을 불러달라고 부탁을 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아미가 하은중의 이름을 어색하게 부르자 “자기 전에 100번만 부르고 자”라는 시청자들을 잔뜩 설레게 만드는 대사가 이어졌다.
보통의 드라마 전개상 직업이 아닌 이름을 불러달라고 할 때는 이성간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지만 ‘스캔들’은 달랐다. 하은중은 “하형사님이라고 계속 부르면 그때마다 인생 최악의 순간을 떠오를까봐”라고 속마음을 혼자 드러내며 여전히 속 깊은 남자의 모습만 보여주고 끝이 나버렸다. 여전히 하은중은 아미를 지켜줘야 하는 불쌍한 미망인으로 바라보고 있고,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아미는 자꾸만 태하와 대립하는 하은중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 이성간의 미묘한 관계는 시작도 못했다.
이 드라마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진 두 사람의 복수와 복수 후의 상처를 다룬다 해도 깔아놓기만 하고 더디게 전개되는 러브라인은 아쉽게 느껴진다. 36회로 기획된 드라마는 이미 반환점을 돌았다. 현재 ‘스캔들’은 배우들의 열연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다른 주말드라마와 달리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드라마가 끝가지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잡은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하은중과 아미의 러브라인 등 인물간의 관계를 조금 더 세밀하게 만들어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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