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가 자리 잡을수록 더욱 부각되는 것은 스타가 아닌 일반인이다. 살아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보통의 국군장병부터 샘 해밍턴보다 웃긴 그의 아내, 대민 지원 중 우연히 만난 6.25 참전용사까지. 일반인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는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스타들을 띄우는 것 대신에 일반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이 프로그램의 안방극장 친화적인 구성은 매회 돋보인다.
지난 1일 방송된 진짜사나이’는 이기자 수색대대에서 훈련을 받는 서경석·장혁·류수영·샘 해밍턴·손진영·제국의 아이들 박형식 등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기자 수색대대 전입 초반 고단한 훈련에 집중했던 이 프로그램은 이제는 부대원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우연히 만난 일반인들의 인생에 관심을 기울인 듯 하다.
이날 방송의 가장 큰 감동 지점은 샘 해밍턴이 만난 할아버지의 이야기였다. 대민지원 중 우연히 만난 이 할아버지는 자신이 6.25 전쟁 참전 용사라며 호주인인 샘 해밍턴을 반가워했다. 6.25 전쟁 당시 호주 병사와 친분을 쌓았던 탓에 샘 해밍턴이 반갑다고 미소를 지은 게 시작이었다. 별 것 아닌 인연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샘 해밍턴과 제작진의 따뜻한 시선이었다.

할아버지의 참전 이야기는 찡한 감동을 안겼다. 목숨이 위태롭던 그 시절을 회상하는 할아버지와 이를 귀 기울이며 들은 후 “호주인으로서 참전한 게 자랑스럽다”고 말을 하는 한국인보다 한국인 같은 외국인 샘 해밍턴의 한마디는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샘 해밍턴은 “우리는 참전용사들에게 빚을 졌다. 대민지원은 빚을 갚는 것”이라면서 가슴 찡한 역사의식을 드러냈다. 그가 또박또박 전하는 의미심장한 발언은 대다수의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구멍병사로 치부됐던 그의 속깊은 역사의식은 담담하게 6.25 전쟁을 회상하던 할아버지의 주름 섞인 얼굴과 겹쳐지며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사실 ‘진짜사나이’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일반 시청자들이 TV에 모습을 많이 드러낸다. ‘진짜사나이’ 출연 연예인들과 함께 군복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의 개성 강한 행동과 연예인 못지않은 입담은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쉴 새 없이 자극하고 있다. 이들의 인간미 가득한 군복무는 스타들의 이야기와 적절히 어우러지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형성하는 기반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야 하는 특성상 이 같은 부대를 옮길 때마다 등장하는 특색 있는 장병들은 매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장병들이 풀어놓는 인생사와 가족사는 군인과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가족 시청자들을 끌어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화룡대대에서 함께 살을 맞댔던 장준화 상병의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안타까워하는 김수로와 서경석, 그리고 애도 자막을 준비한 제작진의 배려는 일반인의 이야기로 감동을 선사하는 장치였다.
대차고 털털한 샘 해밍턴의 아내도 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린 일반인이었다. 면회를 온 후 소탈해서 진심이 묻어나는 애정 표현은 이 프로그램이 스타들의 군생활로 어디까지 재미를 파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성하며 거침 없이 질주하고 있는 ‘진짜사나이’가 일반인을 끌어들여 프로그램이 만들 수 있는 즐거움과 감동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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