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김응룡!".
지난 1일 대전구장. 난데없이 한화 김응룡(72) 감독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평소 판정에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고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김응룡 감독이 이례적으로 거구를 이끌고 3루 베이스까지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3회초 1사 1루 박병호의 좌중간 안타 때 2루를 지나 3루를 노린 1루 주자 이택근이 3루수 이대수의 태그에 아웃된 것으로 봤으나 심판이 세이프를 판정한 탓이었다.
덕아웃에 앉아 이 장면을 목격한 김 감독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3루까지 직접 걸어갔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한 걸음씩 움직였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에 대전구장 홈팬들도 "김응룡! 김응룡!"을 연호했다. 대전구장에서 김 감독의 이름이 연호된 건 거의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허리춤을 잡더니 3루 베이스를 손가락질하며 판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다시 덕아웃에 들어올 때는 발로 홈플레이트를 차는 시늉까지 했다.

어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야말로 왕년의 포스를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김 감독은 해태 시절에만 무려 5번이나 퇴장을 당했다. 역대 프로야구 최다 퇴장 기록을 갖고 있는 이가 바로 김 감독이다. 애매한 판정이 나오면 불 같은 호랑이 성격으로 심판들과 싸웠다. 코끼리 같은 덩치로 황소처럼 달려들어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김 감독이 8년 공백을 깨고 돌아오자 심판들이 긴장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었다. 그러나 어느덧 70세가 넘은 백발의 노장이 된 김 감독은 한화 사령탑이 된 후 애써 판정에 항의하지 않으려 했다. 김 감독은 "젊었을 때 항의할 만큼 했다. 요즘 심판들이 잘 보지 않나. 항의를 할 일이 별로 없다"며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이날 경기 전까지 김 감독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건 3차례 뿐이었고 모두 덕아웃에서 멀지 않음 홈플레이트 근처까지만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3루까지 직접 움직이며 강한 어조와 동작으로 불만 표시를 확실하게 했다. 젊은 심판들을 상대로 왕년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항의를 마친 후 투수교체 시간에는 덕아웃 문을 박차고 들어가며 분노를 표출했다. 전날부터 판정에 불만이 있었다.
이 같은 김 감독의 모습에 한화팬들도 오랜만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팬들에게 거센 비난과 비판을 받고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무엇보다 김 감독의 강렬한 모습을 기대한 팬들은 애매한 판정에도 덕아웃 벤치만 지키는 김 감독이 때로는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기부터 선수단을 적극적인 모습으로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은 급기야 이날 오심에 화를 가라앉히지 못한 채 강하게 어필했다. 이후 결승점을 내준 한화는 아쉽게 경기를 패했지만 김 감독의 승리를 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오심에 억울하고 허탈해 하는 상황에서 김 감독이 강한 어필로 힘을 실어줬다는 것만으로도 한화에는 의미가 있는 장면이었다.
김 감독은 "이제 선수들 파악은 다 끝났다. 실력이든 성격이든 선수들이 어떤지 파악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유순한 팀에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마침 이날 오심으로 분위기 전환 계기를 마련했다. 김 감독에 비판적이었던 팬들에게도 오랜만에 공감을 살 수 있는 장면. 김 감독의 어필이 여러 모로 한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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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