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내야수 김민성(25)은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에서 5번타자 3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택근-박병호와 함께 당당히 3~5번 클린업 트리오를 이룬 것이다. 강정호의 타격 페이스가 잠깐 주춤하자 염경엽 감독은 김민성을 5번 타순에 올렸다.
시즌 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게 김민성은 2007년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6시즌 통산 타율 2할4푼2리 14홈런 95타점으로 강타자와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었다. 지난해 타율 2할8푼3리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한 시즌 최다 홈런은 4개로 공격보다 수비가 부각되는 선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대단히 놀라운 활약으로 넥센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 전력으로 성장했다. 106경기 타율 2할8푼7리 14홈런 62타점. 지난 6년간 친 홈런을 한 시즌에 몰아치고 있고, 타점도도 2009년 37타점을 넘어 개인 최다 기록이다. 이제는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적으로 더욱 돋보이는 선수로 탈바꿈한 모습.

염경엽 감독은 "시즌 전에는 김민성을 클린업에 기용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김)민성이 스스로 자기 신분을 키운 것이다. 7~8번 타순에서 타율 2할7푼~2할8푼을 치며 40~50타점을 기대했는데 그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으로 신분상승한 것이다.
염경엽 감독의 기대대로 김민성은 이날 경기에서도 1회 2사 만루에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기선제압을 이끌었다. 1사 만루에서 박병호가 삼진을 당해 흐름이 끊길 수 있었지만 김민성이 해결했다. 박병호도 "찬스에 살리지 못해 부담이 많이 될 수 있었는데 민성이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고 고마워했다. 3회에는 희생플라이로 결승 타점을 올렸다.
김민성은 후반기에만 리그에서 가장 많은 9개의 홈런을 폭발시키며 29타점을 올리고 있다. 특히 득점권 타율 3할1푼5리와 7개의 결승타로 찬스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중이다. 수비가 좋고 내야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에서 이제는 장타력을 갖춘 공수겸장 대형 3루수로 진화했다.
아울러 트레이드 평가도 바꿔놓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황재균과 맞 트레이드로 롯데에서 넥센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을 때만 해도 김민성보다는 황재균에게 무게감이 크게 기울어 있었다. 그러나 3년의 세월이 지나 김민성의 잠재력이 폭발하며 트레이드 평가마저 역전시키려 하고 있다. 노력과 의지가 만든 신분 상승, 평가 역전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