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예체능', 멘트로 화제 안되는 예능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9.02 15: 42

MBC '일밤-진짜사나이'와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은 일면 요즘 방송계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점한 예능이다. 유일하게 '멘트'로 화제가 안 되는 예능프로그램들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방송됐던 국내 대부분의 인기 예능프로그램들은 MC나 게스트, 즉 연기자들의 '말'로 이슈를 모았다. 물론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자연스러운 멘트들이지만, 이 멘트들의 중요성은 '멤버의 존재감'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 일명 '치고 빠지기' 기술도 이런 멘트 구사력 중 하나다. 
물론 MBC '무한도전'이나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 같은 장수 예능프로그램은 이미 그 경지를 넘어 설정 자체로 시청자들을 이끄는 힘이 있으나, 수없이 오고가는 멤버들의 쫄깃한 이야기들이 없었다면 보는 이는 금방 실증을 느꼈을 것이다.

이는 토크쇼에서 유독 심한 편이다. SBS '힐링캠프'나 MBC '세바퀴' 같이 현재 생존해 있는 토크쇼들은 사전에 녹화에서 게스트가 쏟아낸 말들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슈화 돼 먼저 시선을 모은다. '힐링캠프'의 가수 장윤정의 경우가 그 극단적인 예다.
사생활 팔기가 아닌 MC들의 멘트 만으로도 경쟁력을 특화된 프로그램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다. 그렇기에 이 프로그램은 온갖 좌초 위기에서도 꿋꿋이 버틸 수 있었다. 종편에서는 JTBC '썰전', '마녀사냥' 등이 MC들의 과감한 멘트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와 '예체능'은 전혀 다른 모습을 취한다. 이 프로그램들은 특별히 말을 재미있게 하는 멤버가 있거나, 어떤 자극적인 폭로로 이슈화 된 적이 없다. 말을 재미있게 하기로 유명한 개그맨 이수근도 '예체능'에서는 멘트보다 우는 모습이 더 화제가 된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멘트를 듣는 것보다는 하는 행동에 관심이 더 많다. 즉 대표적인 '몸'의 예능이다. 이는 요즘 토크쇼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역시 리얼 관찰 예능 대열에 있으나, 윤후의 상상 이상의 귀여운 말들이 초반 이 프로그램의 인기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대신 '진짜 사나이'나 '예체능'의 인기 비결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땀, 열정, 진정성 등이다. 감동적인 순간이 멘트를 대체한다. 4차원으로 유명한 가수 김현중이나 신예 배우 이지훈이 이 프로그램에 오면 세상 진지한 상남자들로 변신해 땀을 뻘뻘 흘린다. 심지어 '예체능'은 예능의 필요 조건으로 생각됐던 멤버 각각의 '확실한 캐릭터' 마저도 뚜렷하지 않다. 불타는 승부욕으로 그저 똘똘 뭉친다. 이런 점으로 인해 '무릎팍도사'를 떠나보낸 강호동에게 최적화 된 프로그램이란 평도 받는다.  
연기자들의 멘트로 시종일관 빵빵 터지는 예능, 한 번 보면 눈을 뗄 수 없는 '지켜보기'의 힘이 있는 예능. 어떤 쪽이 더 재미있는지는 개인의 취향에 달려있으나 이 프로그램들이 요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토크쇼가 범람할 때가 있었는데, 각종 센 멘트들이 판을 쳤었다. 하지만 보는 사람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멘트를 원하기 마련이라 결국 이를 만족시키지는 못 한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한편 '예체능'은 8%대(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 중이며, '진짜사나이'는 지난 1일 방송에서 17.9%를 기록, '일밤'의 또 다른 코너 ‘'빠 어디가'보다 앞선 수치를 나타냈다. '진짜사나이'가 '아빠 어디가'의 코너별 시청률보다 높은 기록을 보인 것은 지난 4월 첫 방송 이후 처음이다.
ny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