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등히 좋아진 팀 성적만큼이나 선수들의 활약도 출중하다. 2013시즌 LG의 돌풍을 이끈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골든글러브 후보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페넌트레이스 종료까지 한 달이 남았지만, 이대로라면 LG는 2001시즌 이후 최초로 두 명 이상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다.
지난 10년의 암흑기 동안 LG는 골든글러브 수상과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1시즌 신윤호 이병규 양준혁 셋이 한꺼번에 골든글러브를 탄 이후, 2002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이병규 박용택 이대형 조인성 4명, 수상 횟수는 6번에 불과했다.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펼쳐도 저조한 팀 성적, 약체 이미지로 골든글러브와 멀어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이미 2003시즌 이후 처음으로 60승을 돌파했고 삼성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6명의 선수들이 골든글러브 경쟁에 임하려 한다. 전통적으로 풍부했던 외야수부터 그동안 좀처럼 인물이 나오지 않았던 2루수, 그리고 투수 부문에서 막강한 후보들이 포진되어 있다.

▲ 외야수 부문: 박용택(3할2푼3리 OPS .809) 이병규(3할6푼6리 OPS .879) 이진영(3할4푼8리 OPS .872)
지금 당장 시즌이 끝난다면 후보는 타율 2위에 자리한 박용택 한 명에 그친다. 이병규와 이진영이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규정타석에 모자란 상태다. 그러나 이병규와 이진영이 부상 없이 페이스를 유지한 채 시즌을 마치면 규정타석을 채우는 것은 물론, 타격왕 까지 차지할 수 있다.
올 시즌 규정타석은 396타석. 현재 이병규는 306타석, 이진영은 319타석을 기록하며 각각 규정타석까지 90타석, 77타석을 남겨뒀다. 시즌 종료까지 25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병규와 이진영 모두 한 경기 평균 4번씩 타석에 들어서면 무난하게 규정타석을 채운다. 시즌 막바지 이병규와 이진영이 3할5푼5리로 타율 1위에 올라있는 손아섭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는 말이다.
물론 골든글러브 수상이 타율 하나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타율은 2할8푼5리지만 44번 베이스를 훔치며 도루 부문 1위에 올라있는 김종호, 홈런 24개로 홈런 부문 전체 2위, OPS .906으로 외야수 중 가장 높은 OPS를 찍고 있는 최형우도 유력한 골든글러브 후보다. 결국 남은 한 달 활약을 통해 외야수 골든글러브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규가 골든글러브를 탈 경우, 역대 외야수 중 가장 많은 7회 수상자가 되며, 2007시즌 양준혁을 넘어 최고령 수상자로 자리한다.
▲ 2루수 부문: 손주인(2할7푼7리 OPS .750)
손주인은 올해 LG 유니폼을 입으면서 멀티 내야수에서 고정 2루수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꿨다. 통산 한 시즌 최다 홈런(3개)과 도루(6)를 기록함은 물론, 타율 또한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며 2005시즌 이후 최고 수치를 찍고 있다. 무엇보다 손주인은 강한 어깨와 안정된 수비로 무주공산이었던 LG 2루 자리에 확실한 해답이 됐다. 올 시즌 보살 266개로 이 부문 4위, 2루수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손주인의 막강한 경쟁자는 정근우다. 정근우는 올 시즌 타율 2할8푼 OPS .781로 타격 성적에서 순주인에 앞서있다. 팀 성적에서 우위를 점한 손주인이 시즌 막바지 좀 더 페이스를 올려야 통산 첫 골든글러브 수상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 투수 부문: 레다메스 리즈(8승 11패 평균자책점 3.12) 봉중근(7승 0패 평균자책점 1.27)
투수쪽에선 좀처럼 뚜렷한 선두주자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리즈와 봉중근 모두 골든글러브 수상 자격을 갖출 수 있다.
현재 리즈는 이닝(164⅔)과 탈삼진(147개) 부문에서 리그 1위에 자리 중이다. 골든글러브 수상 확률을 높이려면 역시 선발승이 필요하다. 그동안 매정했던 득점지원(경기당 평균 2.73점)이 남은 선발 등판에서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구원투수가 골든글러브를 받은 경우는 네 차례에 불과하다. 그만큼 투수 골든글러브는 구원투수보다는 선발투수의 몫이 되곤 했다. 하지만 시즌 끝까지 지금의 흐름이 지속된다면, 올 시즌은 구원투수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수도 있다. 일단 선발투수 쪽은 외국인 선수가 완전히 점령한 상태. 그렇다고 트리플크라운이나 20승과 같은 대기록과는 거리가 멀다. 전통적으로 외국인 투수보다는 토종 투수가 득표에 유리했던 점도 선발투수가 아닌 토종 마무리투수로 투표 방향을 선회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역시 세이브 숫자가 골든글러브 수상에 중요하게 다가온다. 현재 봉중근은 세이브 32개로 1위 손승락의 36개에 4개 모자라다. LG가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향해 승리를 쌓아갈수록, 봉중근의 구원왕과 골든글러브 수상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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