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여신 정이’의 문근영이 명불허전 뛰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보는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10시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극본 권순규 이서윤 연출 박성수 정대윤)에서는 가마 사고로 앞을 볼 수 없게 된 정이(문근영 분)가 죽은 어머니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눈을 뜬 뒤 백성들을 위한 도자기 만들기에 나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망연자실 한 채 누워있는 정이에게 죽은 어머니 연옥(최지나 분)이 찾아왔다. 정이는 “너는 가마신의 현몽으로 태어나 장차 주상전하께 사발을 바칠 아이다. 가마신이 항상 널 지키고 있단 걸 잊지 말거라, 가마 앞으로 가거라”라고 한 연옥의 말을 듣고 깨어나 가마 앞에서 불을 지피다 눈을 뜨게 됐다.

다소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었던 이 같은 설정이 생명력을 얻은 것은 문근영의 실감 있는 연기력 덕분이었다. 문근영은 눈이 보이지 않아 실의에 빠진 정이가 어머니의 격려와 도자기를 향한 그 자신의 끝없는 열정으로 이를 헤쳐 나가려하는 변화의 과정을 생생한 표정연기를 통해 제대로 그려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광해(이상윤 분)를 생각하는 눈빛 하나로 사랑에 빠진 여인의 설렘과 불안 가득한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하는가 하면, 해맑은 모습으로 더러운 그릇을 사용해 배앓이를 앓는 백성들에게 그릇을 빚어 전달하는 등 드라마 내내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실 ‘불의 여신 정이’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매력과 실력을 겸비한 배우들에 비해 짜임새와 설득력이 부족한 대본, 뚝뚝 끊기는 아쉬운 장면 전환 등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만한 요소가 많다. 그럼에도 어떤 부분 드라마가 힘을 잃지 않는 것은 연기자들의 매력 덕분이다. 특히 주인공 문근영의 존재감과 신뢰도 높은 연기, 상대역 배우들인 이상윤, 김범과 함께 빚어내는 조화가 좋은 편.
문근영은 고유한 매력이 있는 배우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속깊은 여인의 진지함이 동시에 공존한다. 그리고 그런 매력은 '불의 여신 정이'의 여주인공 정이를 표현하는 데 십분 사용돼왔다. 앞서 일부 시청자들은 문근영이 과거 출연한 사극에서 보여줬던 비슷한 이미지의 역할에 갖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근영은 자신만이 낼 수 있는 매력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안정된 연기력으로 이를 지켜왔다.
이날 방송 말미에서 정이는 백성들에게 도자기를 만들어 전하다 부당한 이익을 남긴다며 관군에게 끌려갔다. 또 다시 우리의 여주인공에게 위기가 닥친 것. 위기감이 고조된 '불의 여신 정이'에서 또 한 번 펼쳐질 문근영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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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신 정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