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예약했다는 평가를 받는 클레이튼 커쇼(25, LA 다저스)에게도 이런 날은 있었다. 시즌 한 경기 최다 피안타, 그리고 한 경기 최다 실점을 기록하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낯선(?) 타선 지원 속에 승리요건은 챙겼다.
커쇼는 3일(이하 한국시간) 미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5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소나기 안타를 맞으며 5실점했다. 커쇼가 한 경기에 11개의 안타를 맞은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커쇼의 종전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피안타는 지난 6월 1일 콜로라도전서 기록한 8개였다. 그러나 타선이 6회까지 8점을 뽑은 덕분에 시즌 14승 요건은 갖췄다.
경기 초반부터 고전했다. 타선이 1회 선취점을 내주며 모처럼 커쇼를 도울 기세를 취했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무너졌다. 1회 러틀리지에게 볼넷, 르마이유에게 우전안타를 내주며 무사 1,3루에 몰린 커쇼는 커다이어, 로사리오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2실점했다. 네 타자를 상대하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했다. 커쇼는 이후 아레나도를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유도했으나 그 사이 3루 주자 커다이어가 홈을 밟아 3점째를 내줬다.

2회에도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으나 실점 없이 넘어간 커쇼는 3회에도 1사 후 아레나도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쿠벨슨을 병살로 요리하며 위기를 넘겼다.전반적으로 힘겨운 모습이었다. 4회에도 어김없이 좋지 않은 모습이 있었다. 선두 파체코에게 2루타, 블랙먼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무사 1,3루에 몰렸다. 이후 베티스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3루에서 러틀리지, 르마이유를 뜬공으로 돌려세웠으나 표정에는 잘 안 풀린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5-3으로 앞선 5회 2실점하며 다시 동점을 허용했다. 선두 커다이어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커쇼는 1사 후 아레나도에게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고 1실점했다. 이어진 1사 2루에서 쿠벨슨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으나 끝내 파체코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1.72에서 1.89까지 올랐다.
하지만 다저스 타선은 에이스를 지원하기로 하듯 6회 무사 1,3루에서 라미레스의 희생플라이로 다시 리드를 잡아 커쇼에게 승리 조건을 만들어줬다. 이후 이디어의 2점 홈런이 터지며 8-5까지 앞서 나갔다. 그간 커쇼의 등판 28경기 중 14경기에서 커쇼가 마운드에 있을 때 2득점 이하에 그쳤던 다저스 타선은 그간의 빚을 갚듯이 폭발했다.
다저스는 5회까지 81개의 공을 던진 커쇼를 8-5로 앞선 상황에서 교체했다. 다만 커쇼는 타격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2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특히 5회 2사 2,3루에서는 콜로라도 두 번째 투수 맨십으로부터 좌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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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