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클레이튼 커쇼(25, LA 다저스)가 마운드에 오르는 날은 점수가 잘 나지 않았다. 커쇼가 상대 타선을 틀어막은 것도 있었지만 다저스 타선도 유난히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은 두 팀 합쳐 무려 18점이 났다. 분명 ‘이상한 날’이었지만 커쇼는 결국 승리를 챙기고 웃었다.
커쇼는 3일(이하 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5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안타를 맞았다. 올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피안타였다. 자연히 실점도 불어났다. 5이닝 동안 5실점을 했다. 역시 한 경기 최다 실점이었다. 커쇼는 마운드에서 내내 고개를 흔들렸다. 뭔가 잘 안 풀리고 있다는 것이 행동으로 나타났다.
커쇼가 흔들린 날, 다저스는 대개 졌다. 커쇼는 이날 경기 전까지 1.72의 빼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7번이나 졌다. 그만큼 다저스 타자들이 커쇼에 득점 지원을 해주지 못했다. 상대가 커쇼와 마찬가지로 1선발급 투수인 점도 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유난히 방망이가 터지지 않았다. 이는 다저스 타선이 살아나기 시작한 7월 이전에는 더 심각했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불운의 이미지는 더 굳어지는 듯 했다.

커쇼는 올 시즌 28번의 선발 등판에서 득점 지원을 받은 경기가 몇 경기 안 됐다. 14경기에서 다저스 타선은 커쇼가 마운드에 있을 때까지 2점 이하에 그쳤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정반대의 양상이 나왔다. 커쇼는 부진했지만 타선이 커쇼의 부진을 감싸 안았다. 1회 선취점을 낸 다저스는 1-3으로 뒤진 3회 1점을 추격했고 5회에는 3점을 뽑았다. 여기에는 5회 커쇼의 2타점 적시타도 있었다.
커쇼가 5회 2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하자 다저스는 6회 라미레스의 희생플라이, 그리고 이디어의 우월 2점 홈런으로 커쇼에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8-7로 추격 당한 9회에는 1사 1,2루에서 유리베의 우중간 적시타, 그리고 크로포드의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가 나오며 2점을 추가했다. 10-7. 마무리 잰슨을 생각하면 3점의 점수는 넉넉했다. 오래간만에 타선과 커쇼가 함께 웃었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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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